북한·중국엔 엄격… 한·미관계도 변화 ‘불가피’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
2013년 12월 당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면전에서 한 말이다. 여기서 ‘미국의 반대편’은 중국을 지칭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두고 ‘한국이 한·미동맹에서 이탈해 중국에 접근하는 경우 미국은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란 뜻의 강력한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5일 미국 대선 개표가 종료한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후보의 당선, 그리고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시대’의 한·미관계 그리고 북·미관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선되면 역대 최고의 ‘지한파’ 美대통령 될 듯
일단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역대 최고의 ‘지한파(知韓派)’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상원의원 의정활동 거의 대부분을 외교 분야에서 했고 외교위원장도 오래 맡았다. 의원 시절은 물론 오바마 전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2009∼2017년)으로 일한 시절까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 망명하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고 이후 한국 대통령 대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우정을 쌓아왔다. 그가 DJ정부 시절인 2001년 8월 11일 당시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방한해 청와대에서 DJ와 점심식사를 함께하던 중 서로 넥타이를 바꿔 맨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바이든 후보가 먼저 DJ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거론하며 “아주 좋아 보인다”고 칭찬을 했다. 이에 기분이 좋아진 DJ는 곧바로 넥타이를 풀어 바이든 의원에게 선물로 줬다. 바이든 후보 역시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DJ한테 건넸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DJ가 매고 있던 넥타이는 식사 도중 떨어뜨린 수프 국물이 약간 묻어 있었지만 바이든 후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며 “대통령 선거에서 3번 낙선하고 4번째 도전 끝에 결국 대통령이 된 DJ의 ‘기운’을 받기 위해선지 수프 국물이 묻은 넥타이를 한 번도 세탁하지 않은 채 소중히 보관 중이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북한·중국엔 엄격… 한·미관계도 변화 ‘불가피’
다만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북·미 정상이 만나 회담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운동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거론하며 “독재자한테 정당성만 부여해준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는 정상끼리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 ‘톱다운’ 형식보다는 먼저 실무진 간에 협상을 한 다음 정상들은 제일 나중에 나서는 전통적 외교 방식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을 ‘독재자’하고 부른 점에서 알 수 있듯 북한 정권, 그리고 김 위원장을 대하는 태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훨씬 더 적대적이다.
한국 대통령을 향해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직설 화법을 쓴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을 향한 경각심,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 패권 유지 희망이란 차원에서 본다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특보)을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국제정치학)는 지난 2015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관계 설정은 경제는 중국과, 안보는 미국과 손잡는 양면전략”이라며 “문제는 미·중 두 나라가 우리에게 자꾸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바이든 후보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한·미동맹에 의지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동맹처럼 편 가르기가 아닌 역내 국가가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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