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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의 고장 상주, 이젠 고급 청포도 ‘샤인머스켓’ 주산지로

입력 : 2020-11-05 03:00:00 수정 : 2020-11-04 2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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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면적 70% 차지 경북서 출하 최다
일반 포도보다 당도 높고 식감 좋아 ‘불티’
가격도 3배 이상 비싼데다 해외서 인기
백화점 납품 최상품 한 송이 3만원 거래
재배면적 900ha… 축구장 1090개 크기
기온차 크고 땅속 유기물 풍부… 환경 최적
십여년 포도 키운 농가 많아 경험도 풍부
최대 6개월 저장 가능… 연중 맛볼 수 있어
2019년 16개국에 수출… 해외시장 개척 박차

‘포도계의 샤넬’, ‘망고포도’, ‘고급 간식’….

포도는 검붉은 색이라는 편견은 옛말이다. 요즘 대세는 초록색이다. 일반 포도보다 알이 굵고 당도가 높은 ‘샤인머스켓’ 이야기다. 이 포도의 이름을 ‘샤인머스캣’으로 쓰기도 하는데 농촌진흥청 종자원에 처음 등록된 정확한 명칭은 샤인머스켓이다.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시는 경북의 포도 주산지이기도 하다. 최근 상주시 농가 상당수가 포도 재배 품종을 캠벨얼리에서 샤인머스켓으로 바꿨다. 포도보다 3배 이상 비싼 데다 해외시장에선 고급 과일로 인정받으면서 내다 놓기 무섭게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샤인머스켓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3년 전쯤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 소재로 샤인머스켓을 선보였다. 이색 식품을 맛보고자 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주목받은 샤인머스켓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샤인머스켓은 수확 시기가 포도종 중에서 가장 늦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 중순에서 말쯤 사이가 제철이다.

◆농가 소득 3배나 ‘껑충’… 효자품목 떠오른 샤인머스켓

지난 2일 오전 경북 상주시 화동면에 있는 한 농가. 신원교(55)씨가 알이 500원짜리 동전만 한 성인 팔뚝 크기의 샤인머스켓을 들어 보였다. 상주 토박이인 신씨는 25년 동안 캠벨얼리 농사를 지어 주변에선 ‘포도박사’로 통한다. 그런 그가 5년 전 돌연 캠벨얼리 밭을 갈아엎고 샤인머스켓 묘목을 심었다. 신씨는 “기후변화로 작물 재배 지형이 바뀌면서 어느 순간부터 캠벨의 향과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캠벨 농사를 짓던 주변 농가 절반 이상이 샤인머스켓으로 재배품종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캠벨얼리는 입에도 대지 않는데 샤인머스켓은 달콤하고 자꾸 당기는 맛에 매일 몇 개씩 집어 먹는다고 했다.

‘캠벨얼리를 재배할 때보다 얼마나 소득이 늘었냐’는 질문에 신씨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샤인머스켓 농사를 짓고 나서 전보다 농가 소득이 3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샤인머스켓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주산지는 경북이다. 전국 재배면적 70를 차지하며, 특히 상주의 출하량이 가장 많다.

4일 상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299개 농가가 900㏊ 면적에서 샤인머스켓을 재배하고 있다. 이 면적은 국제규격 축구장(8250㎡) 1090개를 합친 크기다. 모동·모서·화동·화서면에 재배농가가 많다. 이 지역은 샤인머스켓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전국 포도 농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화동면 관계자는 “농가 상당수가 샤인머스켓 농사를 지어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백화점에 납품하는 최상품 한 송이는 3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샤인머스켓은 초기 투자 비용이 다른 작물보다 비싼 편이다. 캠벨얼리 묘목 한 그루의 가격이 1000원 정도인 데 비해 샤인머스켓은 1만2000원선에 거래된다. 하지만 내년 봄에 심을 묘목들은 이미 다 팔려나간 상태다.

재배환경도 캠벨얼리와는 다르다. 캠벨얼리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반면 샤인머스켓은 노지에 심은 다음 비가림막시설을 설치한다. 이 때문에 샤인머스켓은 캠벨얼리에 비해 시설 설치비가 3배 이상 든다. 샤인머스켓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재배면적은 급증 추세다.

◆달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 상주 샤인머스켓 ‘엄지 척’

샤인머스켓은 1988년 일본에서 ‘아키츠-21’과 ‘하쿠난’ 종을 교배해 만든 고급 청포도다. 한국에서는 2006년 처음 식재됐고, 2012년 이후부터 로열티 없이 재배와 수출을 할 수 있는 정식 권리를 얻었다.

상주 샤인머스켓은 높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에 맛과 품질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주가 샤인머스켓의 주산지가 된 이유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두루 갖춘 덕이다.

해발 250m의 중산간 지역이어서 밤낮 기온 차가 크고 토양에는 유기물이 풍부해 맛있는 포도를 생산할 조건을 갖췄다. 여기에 십수 년 동안 포도를 키운 농가가 많아 영농경험이 풍부하다.

샤인머스켓은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 당도에 비해 100g당 칼로리가 40~5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해 면역력과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다. 풍부한 폴리페놀 함량으로 혈관질환과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크게 늘었는데도 샤인머스켓의 가격은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수요가 이어져서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기준 샤인머스켓 2㎏의 가격은 2만3540원으로 캠벨얼리 5㎏(1만8440원)보다도 훨씬 비싸다. 1㎏ 기준으로 따지면 샤인머스켓이 캠벨얼리보다 3.1배 이상 더 비싼 셈이다.

상주시는 요즘 무엇보다 질 좋은 샤인머스켓을 출하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샤인머스켓의 당도가 예년보다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아서다. 당도 하락은 긴 장마 탓에 일조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주시는 생산 단계에서 샤인머스켓 알 솎기를 한다. 샤인머스켓 한 송이당 500∼700g의 표준화된 크기로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다. 당도는 17브릭스(Brix) 이상일 때만 수확하도록 했다. 또 농산물 통합브랜드인 ‘명실상주’의 브랜드 관리기준에 따라 품질이 떨어지는 샤인머스켓은 유통하지 않는다.

◆최장 6개월까지 보관 가능, 수출 ‘훨훨’

국내에서 샤인머스켓은 통상 3~4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경북에선 샤인머스켓의 연중공급이 가능해졌다. 경북농업기술원이 샤인머스켓을 최대 6개월간 고품질로 저장할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아황산가스를 방출하는 유황패드를 넣어 부패를 방지하면서 팰릿 단위로 랩포장해 수분 증발을 억제한다. 이번 기술 개발로 상주 샤인머스켓은 1년 내내 맛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상주시는 샤인머스켓의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 등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상주 샤인머스켓은 홍콩에서 시작해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두바이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 판로를 넓혀가며 세계적인 명품 과일로 떠올랐다.

상주시는 샤인머스켓 등 지역 대표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상주시해외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영국·뉴질랜드 등 7개국에 신선농산물 전문매장과 현지 마트 내에 77개 홍보관을 설치해 농산물을 알리고 있다. 인기 있는 농산물 중 하나가 바로 샤인머스켓이다.

상주시는 농특산물 수출업체와 함께 샤인머스켓 현지 특별 판촉행사를 열고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수출 길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6개 나라에 샤인머스켓 636t을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 포도수출 연합주식회사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포도 재배농가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고 출혈 경쟁을 막는 역할을 한다. 지역 수출 유통단체 19곳 대부분이 가입해 수출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상주=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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