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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 때 가져간 술은?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0-11-07 19:00:00 수정 : 2020-11-07 11: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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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높은 도수의 술을 추가해 주정을 강화한 ‘셰리 와인’은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술이다. 이 술은 산패하지 않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식수 대용 등으로 가져간 술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스페인 셰리 와인과 콜럼버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프랑스의 코냑 등 서유럽의 증류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라가 있다. 바로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이슬람 문화권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연금술이 크게 발달했는데, 그 연금술이 북아프리카를 통해 스페인으로 들어왔다. 연금술에는 증류기술도 포함됐는데, 이 증류기술이 증류주로 이어지고, 이후 위스키, 코냑은 물론 보드카, 럼주에 우리나라 소주 제조까지 영향을 줬다.

1144년에는 영국 출신 이슬람 문화 연구가 로버트 오브 체스타가 스페인에 머물며 ‘연금술의 구성’이란 책을 번역했고, 이 책으로 인해 서양 증류주 위스키 및 브랜디 등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이슬람 문화권 영향을 받은 스페인에는 독특한 와인이 하나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카디스 지방의 주정 강화 와인인 ‘셰리 와인’(Sherry Wine)이다. 와인에 높은 도수의 술을 넣어 주정(알코올)을 강화해 산패 방지 및 유통기한을 늘린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정 강화 와인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섞인 문화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스페인이 처음부터 주정 강화 와인을 만든 건 아니다. 역사를 보면 기원전 1100년경, 카르타고 등을 세웠던 페니키아인이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로마에도 보내졌으나 운송 중에 산패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아예 끓여서 조청처럼 만들었다는 내용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와인에 물을 타서 마셨다는 것이 셰리 와인의 시초이기도 하다. 하지만 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 이때부터 서서히 증류방식이 전파됐다고 보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의견이다.

셰리 와인이 본격적으로 역사에 등장한 것은 영국 덕분이다. 14세기 백년전쟁으로 프랑스에서 와인 수입이 곤란해진 영국은 이슬람을 몰아낸 이베리아 반도의 헤레스(Jerez) 지역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14세기 전반 헤레스 지역 와인은 영국으로 본격 수출되며 성장한다. 이 헤레스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영국식 발음으로 ‘셰리’가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셰리 와인이 전 세계 일주를 한 최초 와인이라는 것이다. 약 60일간의 항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그리고 최초로 2~3년간의 항해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려준 마젤란 역시 셰리 와인을 가져갔다.

당시 유럽에서의 와인은 식수와 같은 역할. 오랜 바닷길에 산패되지 않은 와인은 지원군 이상으로 든든했던 존재. 결국 높은 도수로 잘 상하지 않는 와인이 있었기에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미지의 세계로 갈 수 있었다. 세리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6~22도다. 20도가 넘으면 균 생식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즉, 상하지 않은 술이 되는 것이다. 결국 술 하나가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다는 것. 유럽의 입장에서는 진출과 개척의 역사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평화롭게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침략과 아픔의 역사가 술 하나로 시작된 것일 수 있겠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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