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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촛불민심’이 바랐던 나라가 아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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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03 23:07:23 수정 : 2020-11-03 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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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민주당 정권 출항한 지 4년
‘나라다운 나라’ 여망, 실망으로
조국 사태·선거제·검찰 개혁…
민의 거스른 채 장기집권 욕심만

4년 전 이맘때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에 나가 촛불을 들었다. 권력을 위임한 주권자의 한 명으로서 나라 꼴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집권세력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서였다. 이념성향·세대·지역 차이를 막론하고 광장에 나와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시민들 모두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게다. 당시 광장은 ‘박근혜정권 퇴진’ 후 나라다운 나라가 만들어지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꽉 채워졌다. 그런 간절함을 엔진으로 장착한 대한민국호의 키를 문재인정부가 잡았다. 어느덧 출항 4년째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과연 출항 첫날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잘 항해하고 있는가.

고개를 젓게 된다. 문 대통령이 뭘 하든 무조건 박수쳐주는 진보성향 여권의 ‘극렬 지지층’이나 손가락질하는 보수성향 야권의 ‘극렬 반대층’을 논외로 한 여론의 평가도 박한 지 오래다. 최근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10월27∼29일)를 보면, 무당층 응답자의 경우 부정적 평가(52%)가 긍정적 평가(24%)를 압도했다. ‘중도 성향’의 응답자 반응(긍정 40%, 부정 51%)도 냉랭한 편이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촛불민심’의 여망을 실망으로 바꿔놓은 것과 무관치 않다.

이강은 사회 2부장

누가 집권하든 새 정부는 역대 정부들과 ‘완전히’ 달라야 했다. 상식이 통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상대를 존중하고 약자를 보듬는 통합된 사회, 경제와 민주주의 체질이 건강한 사회의 기틀을 닦아야 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지금 제 가슴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며 “문재인·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멋들어진 약속을 했다.

그러려면 문재인 정권은 최소한 야당 시절 모질게 비판했던 ‘이명박근혜 정권’의 실정과 행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실천이 절실했다. 이념·진영 논리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국리민복을 위한 길로만 나아가겠다는 담대한 자세 말이다. 이는 촛불민심에 대한 기본적 예의이니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오히려 오랜만에 잡은 권력을 절대 안 놓칠 것이란 욕심만 도드라져 보였다. 그래서인지 옳고 그름의 문제에 정략적 잣대를 들이대고, 갈수록 국민은 안중에 없는 몰염치 행태가 몸에 배어버렸다.

‘정치 적폐’인 양당 기득권 고착화와 지역주의 구도 타파를 위해 국민이 명령한 선거제도 개혁을 누더기로 만든 게 대표적이다. 야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두고도 국민 기만과 민주주의 역행 행위라고 비난하더니 그대로 따라 했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정치개혁’ 방안으로 당헌에 못박은 규정(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박원순·오거돈 성추문에서 비롯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원의 뜻’을 빌려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다.

나라를 갈라놓았던 ‘조국 사태’의 원인 역시 민의를 거스른 채 장기집권 욕심에 집착한 여권의 오만과 독선 탓이다. 이명박 정권이 대통령의 비서(민정수석)를 법무장관으로 보낼 때 검찰 장악 의도라고 반발했던 세력이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며 조국 법무장관 카드를 밀어붙였다. 그야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었고, 이후 국가적 후유증이 심각했지만 열렬 지지층만 보고 돌진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막장극이 벌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여권은 당초 ‘검찰주의자’로 알려진 윤 총장을 검찰개혁의 적임자요, 최고의 검사라고 치켜세우며 중용했다. 지난 정권 적폐 수사에 대한 보답 차원인지 한동훈 등 ‘윤석열 사단’도 대거 영전시켰다. 그러다 자기편 비리 의혹도 수사하자 돌변했다. 윤석열 사단을 내쫓는 게 검찰개혁의 목표인 양 추 장관을 앞세워 온갖 무리수를 두고 있다. 검찰권 오남용 방지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수사 독립성을 위한 제도 개혁은 온데간데없다. 비정상적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나 몰라라 식으로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책 실패로 인한 주거난과 일자리 양극화 심화 등은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 단언컨대 촛불민심은 이런 나라 꼴을 바랐던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의 속내가 궁금하다.

 

이강은 사회 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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