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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유리벽 속 석굴암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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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27 00:36:52 수정 : 2020-10-27 0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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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낸 사진집 ‘석굴암, 그 사진’을 보며 궁금했다.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강구열 문화체육부 기자

석굴암 사진을 볼 때면 떠올리는 오래된 상상이자 격한 소망이다. 이런 경험이 있음 직한 중견 불교미술학자에게 물어봤다.

“대학교 3학년 때 선생을 따라 들어가 직접 본 게 전공을 정한 계기였지.”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아름다운 석굴암을 연구소 사진집은 “신라 불교예술의 전성기에 이룩된 최고 걸작”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들 대부분이 알고, 동의하는 바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런 평가는 주입된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의 상당수가 이런 측면이 있지만 지금의 석굴암 관람 방식이 실제를 제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 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석굴암 보호 방식은 엄격한 통제다. 1200여년이나 된 오래된 것이고, 실제 훼손이 확인돼 큰 걱정을 사기도 해 1977년 전실(前室) 전면에 유리벽이 설치됐다. 내부 출입도 금지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속세의 것이 아닌 듯한 조각과 건축을 보존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라 이해 못할 게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유리벽에 관람객이나 외부 시설, 구조물 등이 비쳐 감상이 힘든 건 석굴암에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경험할 테니 여기서 말을 더할 건 없겠다.

내부 관람 통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출입이 허용될 경우 온·습도가 적정 수준을 벗어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등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석굴암은 보존의 대상인 동시에 향유의 대상이다. 가장 사랑받는 문화재의 하나로서 말이다. 내부 관람 통제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은 이 지점에서 생긴다.

현재 석굴암 관람은 성가신 유리벽을 앞에 두고 멀찌감치서 본존불과 전실의 금강역사, 팔부중을 보는 게 전부다. 본존불을 둘러싸고 있는 보살상, 승려상 등은 일부만 시야에 들어온다. 석굴암 부조의 백미라는 ‘십일면관음보살상’은 본존불 바로 뒤에 있어 옷깃 한 자락 눈에 담을 수 없다.

이런 방식이 문화재 보호의 원칙인 진정성 확보에 맞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석굴암은 믿음의 대상으로서 중생과 직접 만나 소통하며 1000년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각자의 기도를 품고 이곳을 찾는다. 격리는 석굴암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인가.

석굴암 내부 출입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소유자이자 관리주체인 사찰의 재량에 따라 일부 신도, ‘귀한 손님’에게는 허용되기도 한단다. 민간 소유이긴 하지만 국가 예산이 투입돼 관리되며 무엇보다 민족문화의 유산에 대한 접근이 이렇다면 공정하지 않다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석굴암은 누군가의 글과 사진을 통해 배운 걸작이다. 그런 글과 사진이 많지만 나만의 시각과 느낌을 가질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는 건 불만이다. 전면적인 개방이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다만,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간, 인원을 정해 관람의 질을 높일 수는 있지 않을까.

적정선을 정하는 게 쉽지 않겠으나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 또한 석굴암을 제대로 보존하고, 향유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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