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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귀신 쫓는다” 몸에 불 붙이고 굶겨 죽인 무속인, 징역 5년

입력 : 2020-10-18 12:00:00 수정 : 2020-10-18 11: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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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피해자 고통스럽게 숨져”

몸에 붙은 귀신을 쫓는다며 불을 붙이고 음식물을 주지 않는 등 굶긴 끝에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무속인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이 무속인은 “퇴마의식이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1형사1부(부장판사 김성주)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A(44)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없음에도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퇴마의식을 하다가 피해자가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도록 했다”며 “피해자 유족에게 상처를 줬고, 합의에 이르지도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6월15일부터 나흘 간 전북 익산시 모현동의 한 아파트와 충남 서천군 소재 한 유원지 등에서 퇴마의식을 한다며 B(사망 당시 27세·여)씨에게 가혹행위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B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5월 우연히 A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A씨가 퇴마의식을 하는 ‘이도사’(퇴마사)라는 걸 알게 된 B씨의 부친은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아온 딸을 위한 퇴마의식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몸에 뱀 귀신이 붙어 있다”며 피해자의 손발을 묶고 옷 등을 태운 연기를 마시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B씨의 몸에 불을 붙여 얼굴과 가슴, 팔 부위에 2도 이상의 화상을 입혔다. B씨가 고통을 호소하며 “그만하라”고 외쳤음에도 의식을 빙자한 가혹행위는 계속됐다. A씨는 화상을 입은 B씨의 옷을 벗긴 뒤 온몸에 경면주사를 바르기도 했다. 경면주사는 부적에 글씨를 쓸 때 사용되는 물질이다.

 

이 뿐 아니라 A씨는 “귀신에게 밥과 물을 줘선 안 된다”면서 B씨에게 음식물을 주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극심한 고통을 겪던 B씨는 의식을 잃었고, 같은달 18일 오전 10시쯤 탈수와 흡입화상 등으로 사망했다. 딸이 숨지자 B씨의 부친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퇴마의식으로 B씨의 얼굴 등에 붉은 물질이 묻어 있다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수사에 착수, A씨의 범행을 밝혀냈다.

 

A씨는 법정에서 “반성한다”면서도 “B씨 아버지의 부탁으로 퇴마의식을 한 것이며,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치료행위라고 볼 수 없는 퇴마의식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고인의 범행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인과 검사 측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한편, 딸에 대한 퇴마행위를 의뢰하고 가학행위를 방치한 B씨의 아버지 C(65)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녀에게 악의나 적대감으로 해를 가하기보다는 오랜 치료에도 딸이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잘못된 믿음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고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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