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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격차 벌어져… 중학교 1학년 때 최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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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14 16:59:50 수정 : 2020-10-14 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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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높은 학업 성취 거두기 가장 어려운 시기
'교육 사다리' 복원 위해 당국 적극적 개입 필요 지적도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격차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본격화해 중학교 1학년 때 정점에 이른 뒤 고등학교 내내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학교 3학년은 저소득층 자녀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높은 학업 성취를 거두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모 지원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교육 사다리’ 복원을 위해 당국의 보다 세심하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소득층 자녀 점수 저소득층보다 16% 높아

 

14일 김수혜 고려대 사회통합교육연구소 연구교수 등이 계간지 ‘서울도시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형평성 지표로 본 교육격차 추이’에 따르면 고소득층 자녀의 수학 점수는 초등 5학년 이후 줄곧 저소득층 자녀보다 약 26∼52점 높았다. 

 

연구진은 서울교육종단연구(2010∼2018년) 수학 성취도 점수 변화를 분석했다. 2010년 서울 지역 초등학교 4학년생 4900여명의 수학 성적이 2018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부모 학력, 가구소득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 조사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가구소득 4분위) 초등 4학년의 평균 수학 점수는 343.60점으로 저소득층( 〃 1분위) 자녀 평균 337.70점과 5.90점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5학년이 됐을 때 고소득층 자녀의 평균 수학 점수는 357.74점으로 저소득층 자녀(322.68점)보다 35.06점 높았다. 

이러한 격차는 중학교 1학년 때 51.64점(365.45점-313.81점)까지 벌어졌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경우 고소득층 자녀의 수학 점수가 저소득층 자녀들보다 16.5점 정도 더 높다는 얘기다. 가구소득별 점수 격차는 고교 3학년때까지 25.97(고2)∼49.16점(중3)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초등교육을 마치고 중등교육을 시작하는 시기 부모 소득에 따른 수학성취 격차가 현저히 나타나며 이러한 차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까지 지속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부모의 학력 수준 또한 자녀들 수학 점수에 영향을 끼쳤다. 대학교를 졸업한 부모를 둔 학생들의 평균 수학 점수는 고졸 이하 출신 부모를 둔 학생보다 20.29(고2)∼41.58점(중3) 높았다. 

◆개천서 나는 용 비율 중학교 시기 5%에 불과

 

연구진은 학생들의 수학 점수에 끼치는 부모 영향력이 초4 때는 0.3%에 불과하지만 초5 때는 9.9%로 대폭 커진 뒤 고1 때까지 9.5(고1)∼11.3%(중1·2)를 유지하다가 이후 6.1%(고2), 4.4%(고3)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개천에서 나는 용’도 5.6%에 불과했다. OECD는 교육격차 심화·해소 지표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저소득층)이지만 수학 성취도 점수가 상위 25%에 해당하는 ‘역경을 극복한 학생 비율’을 조사하도록 권고한다.

 

역경을 극복한 학생 비율은 초등학교 때는 5.92(초4)∼6.12%(초6) 등 6% 수준을 유지하다 중학교에 들어서는 4.75(중3)∼5.52%(중1)로 떨어진다. 고교 단계에서는 5.28(고1)∼5.80%(고3) 수준으로 다시 완만히 상승한다. 

연구진은 “초등학교에서보다 중학교 시기 열악한 환경을 딛고 높은 성취를 보이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학 교과 특성상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 학습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가정 자원의 차이가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전에 적극적인 교육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취약한 가정배경을 가진 기초학습부진 문제 학생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진급하는 시기 좀더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교사 70%,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 더 벌어져”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 원격으로 이뤄진 올 상반기 이같은 교육격차 심화 우려는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이 부산 지역 중·고교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격차 심화 정도’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8.2%가 “상·하위권 간 1학기 중간고사 성적 차이가 많이 또는 약간 벌어졌다”고 응답했다. 

충남교육청이 지난 8월 24∼31일 학생과 교사, 학부모 2만874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도 부산 지역 설문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수업방식으로 학습격차가 생겼느냐’는 문항에 응답자의 53.6%가 동의했다. 비동의 응답률(14.0%)보다 4배 높았다. 이같은 격차의 원인과 관련해선 ‘교사-학생 간 피드백 부족’(24.0%), ‘원격수업의 지루함’(19.6%), ‘원격수업시 도움 요청 어려움’(12.4%) 등의 응답이 많았다.

 

이은주 의원은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가 실제로 커졌다면, 관심과 지원을 받아야 하는 많은 학생들이 피해 입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원격수업 교육격차는 대면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방역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교사의 대면 지도가 최대한 많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미달자에 대한 집중지도와 멘토링도 유의미한 효과를 낼 것으로 이 의원은 기대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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