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여권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진보지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례적으로 공식 논평을 내 공개 설전을 벌였다. 정치인도 아닌 한 개인과 집권여당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라 눈길을 끈다. 일각에선 공당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은 13일 논평을 내 진 전 교수를 겨냥, “이론도 없고 소신도 없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의마저 없다”며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써 주고, 매일 매일 포털의 메인 뉴스에 랭킹(순위에 오르는 것) 되고 하니 살맛 나지요? 신이 나지요? 내 세상 같지요? 그 살맛 나는 세상이 언제까지 갈 것 같으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진 전 교수가 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상황에서도 공식적인 대응을 삼가는 모습이던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공식 논평으로 맞대응한 것이라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박 부대변인이 이처럼 진 전 교수를 신랄하게 비판한 건 전날 조정래 작가가 한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 작가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라며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돼 민족반역자로 처단당하시겠다”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박 부대변인은 “조정래 선생의 말씀이 다소 지나쳤다 하더라도 그런 식의 비아냥이 국민과 함께 고난의 시대를 일궈온 원로에게 할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박 부대변인은 진 전 교수에게 “최소한의 인격은 남겨두기 바란다”면서 “품격은 기대하지도 않겠다,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리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예형은 중국 후한 말의 인물로, 소설 ‘삼국지’에서 조조와 유표, 황조를 조롱하다 황조에게 처형당한 인물로 묘사된다. 말주변이 있었으나, 오만했다는 꼬리표가 붙는다.
진 전 교수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부대변인의 논평에 “아니요, 너희 세상 같아요”라며 “살맛 나냐고요? 아뇨, 지금 대한민국에서 너희들 빼고 살맛나는 사람이 있나요? 하나도 없거든요”라고 비꼬았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이분들이 실성을 했나, 공당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라며 민주당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또 “그런데 저 분노는 조정래 선생을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대통령 영애를 위한 것인가요?”라고 물으면서 “대통령 따님이 일본 유학했다고 친일파로 몰아간 사람은 따로 있어요, 민경욱이라고, 대한민국 베스트셀러 작가가 그런 극우파와 같은 수준이라는 것 자체가 스캔들”이라고 해 민주당뿐만 아니라 야권 정치인까지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란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이번 대결 구도를 두고 “진중권이 그렇게 무섭냐”거나 “집권당이 할일이 그렇게 없느냐”는 등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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