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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화장실 몰카 적발 '0' 이유 있었네…매뉴얼 활용 않고 비전문가 투입

입력 : 2020-10-07 06:00:00 수정 : 2020-10-07 08: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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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9년 점검 매뉴얼 마련 불구
교육부는 교육청에 안내도 없어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 중 4곳
학교 자체 인력·은퇴교원 등 투입
학생들 불안감 해소 역부족 지적
“전문가 등 구성해 실효성 높여야”

교육부가 지난 7∼8월 학교 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전수점검을 진행한 결과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다고 최근 발표한 가운데 당시 점검에 정부가 마련해 놓은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점검 매뉴얼’이 아예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정 기준 없이 시도교육청이나 학교 자체 판단에 맡겨 진행되는 불법촬영 점검 활동이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학생, 교사 등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경남 김해와 창녕에서 현직 교사가 학교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잇따라 적발되자 긴급하게 전수조사를 진행한 터였다.

6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20년 학교 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11개 교육지원청 중 4개 지원청이 학교 자체 인력이나 은퇴교원만으로 최근 전수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강동송파지원청은 학교 자체 인력만, 북부·성동광진지원청은 은퇴교원만 점검에 투입했다.

결국 이들 지원청은 경찰, 자치구, 민간보안업체 인원이 참여한 다른 지원청 관할 학교와 달리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원으로 점검을 진행한 셈이다. 4개 지원청 관할 초·중·고·특수학교는 총 620곳으로 서울교육청 관할 학교(1346곳) 중 절반에 가까운 46.1% 수준이다.

다른 지역 교육청도 같은 시기 진행한 전수점검을 수행한 인원 구성이 제각각이었다. 부산·울산시교육청의 경우 교육청 차원에서 민간보안업체에 해당 업무를 맡겼지만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점검 담당자로 각급 학교 인력을 지정한 모습이었다.

인력 구성이 이렇게 상이한 상황에서 이들 교육청은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점검 매뉴얼조차 활용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4월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점검 매뉴얼을 마련한 뒤 그해 12월 1차 보완을 완료한 상태다. 학교 화장실도 이 매뉴얼이 적용되는 공중화장실이다. 이탄희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매뉴얼에 따르면 집중점검의 경우 ‘지자체, 경찰,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으로 합동점검반 구성’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점검 순서와 함께 화장실 문 안쪽, 변기커버, 휴지걸이 등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도 기입돼 있다.

애초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전수점검을 요청하면서 해당 매뉴얼을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는 자율적으로 시행방법을 선택해 진행하라는 취지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8년 탐지장비 마련을 위한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내린 이후 교육청별로 주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점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시도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 방법을 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교육부 입장은 정부 매뉴얼의 수립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행안부는 점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 틀’로서 매뉴얼을 마련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학교 화장실의 경우 점검 자체는 교육부가 따로 진행하기로 협의를 했지만, 매뉴얼은 기본 틀로 활용되도록 교육부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 공유했다”며 “매뉴얼대로 하면 문제없이 점검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기관별 특이사항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탄희 의원은 “교육부가 이미 마련돼 있는 정부 매뉴얼을 활용하지 않은 건 학교 화장실 점검 실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최근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한 전수점검 결과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라면서 “단순히 점검 횟수를 늘리는 것 외에 경찰 등 전문성이 있는 인원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등 점검의 질 제고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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