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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거짓말, 찰나의 표정에서 드러난다

입력 : 2020-09-26 03:00:00 수정 : 2020-09-25 18: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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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거짓말 탐지 전문가인 美 심리학자
40년간 연구… 은폐된 감정 ‘미표정' 분석
기쁠 땐 눈가주름… 거짓웃음 눈썹 아래로
슬픔·분노 등 부정적 감정 자제 말고 포용
항상 ‘찰나의 순간들’ 자각 감정 조절해야
저자 폴 에크먼은 감정과 표정의 관계를 추적한 선구자다. 1만개 이상의 얼굴 움직임을 분석해 표정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했으며, 거짓 표정 아래 감춘 감정이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미표정’을 분석해 거짓말 탐지기법을 발전시킨 심리학자다. 바다출판사 제공

표정의 심리학/폴 에크먼/허우성·허주형/바다출판사/1만7800원

 

‘표정의 심리학’은 감정과 표정 연구의 대가이자 세계 최고의 거짓말 탐지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미국 심리학자 폴 에크먼의 대표작이다. 40여년간 표정과 감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성과를 담았다. 저자는 1만개 이상의 얼굴 움직임을 분석해 표정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기법인 FACS(표정기호화법)를 최초로 개발했으며, 거짓 표정 아래 감춘 감정이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미표정(微表情·micro expression)’을 분석해 거짓말 탐지 기법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가 제시하는 우울증 환자의 거짓말과 미표정 사례는 흥미롭다. 에크먼은 FACS를 개발하던 중, 우울증 환자의 거짓말 사례를 확인하게 된다. 환자는 퇴원 전 다 나았다며 밝게 인터뷰했지만 실은 집에 돌아가 자살할 생각이었다. 그가 환자의 인터뷰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면밀히 검토하던 중, 장래 계획을 묻는 의사의 질문에 순간 멈칫하며 엄청난 고통의 표정이 섬광처럼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에크먼은 거짓말할 때 지나가는 매우 빠른 순간적 얼굴 움직임을 ‘미표정’이라고 명명하고, 그것이 억압된 감정이나 억제된 감정을 ‘누설’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설명한다.

폴 에크먼/허우성·허주형/바다출판사/1만7800원

저자는 표정이 타고나는지, 학습되는지에 대한 오랜 실험을 통해 표정은 인류의 보편적인 것임을 밝혀냈다. 1967, 1968년 파푸아뉴기니 고원지대 원시부족 포레족을 대상으로 한두 차례 실험을 통해 ‘표정은 보편적’이라는 다윈의 주장과 일치한 결과를 얻었다. 표정이 학습될 필요가 있다면, 선천적 맹인은 정상인과 다른 표정을 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같은 감정을 경험할 때 동일한 표정을 짓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화인류학의 영향력이 절정이던 당시만 해도 학계는 ‘표정은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문화마다 다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그가 TV도 잡지도 없는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문화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런 실험에서 이를 뒤집었다.

 

은폐된 감정과 꾸며낸 표정을 탐지하는 기법도 소개한다. 한 사례다. 얼굴의 부자연스러운 비대칭과 불수의근의 운동 부재가 대표적이다. 진심으로 즐거워 웃을 때는 눈둘레근의 외측 부분이 움직인다. 따라서 눈가 주름이 생기고 눈이 가늘어지며 뺨이 올라간다. 반면에 거짓 웃음에서는 눈썹과 눈두덩이가 밑으로 당겨지는 것 같은 미세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감정 가운데 즐거운 상태를 얘기할 때 쓰이는 ‘피에로(fiero)’ ‘나헤스(naches)’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등 여러 용어와 그 차이를 설명한다. 피에로는 자신의 성취에 느끼는 뿌듯함을 가리키는 이탈리아어다. 나헤스는 자녀가 주는 기쁨이나 자랑스러움을 가리키는 이디시어이고,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불행을 고소해 하는 마음을 가리키는 독일어다. 감정이란 보편적이지만 그것을 가리키는 최적의 단어가 특정 언어에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언어에 해당 단어가 없다면 감정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편협한 견해를 정면 반박한다. 말이란 감정이 아니며, 단지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파푸아뉴기니 원시부족 포레족을 대상으로 한 표정 연구를 통해 감정과 표정이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것임을 밝혀냈다. 뉴기니 원주민의 기쁨, 슬픔, 분노, 혐오 때의 다양한 얼굴 표정. 바다출판사 제공

저자는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 등을 ‘부정적 감정’이나 무조건 제거하려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태도는 감정들 사이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며, 부정적 감정이라 해서 반드시 불쾌하게만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성난 논쟁, 공포영화, 슬픈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2015년 저자가 과학자문을 맡은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의 주요 감정들을 기쁨이(즐거움), 슬픔이(슬픔과 고통), 버럭이(분노), 까칠이(혐오와 경멸), 소심이(놀람과 두려움)로 의인화하여, 슬픔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무조건 막으려 할 게 아니라 포용함으로써 오히려 감정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또 감정은 우리의 안녕을 위협하는 사태를 24시간 감지하는 ‘자동평가기제’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의 순간처럼 우리의 생명이 걸린 중요한 사태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자동평가기제는 두 가지 종류의 감정 유발요인(유인)을 경계하는데, 하나는 진화 때문에 각인된 보편적 ‘테마’이고 다른 하나는 후천적 학습에 의한 특수한 ‘변형’이다. 가령 가해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테마’이고, 뉴기니 원주민이 멧돼지의 습격에, 현대 도시인이 강도의 습격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변형’이라는 것이다. 변형이 테마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시간을 들여 일어난 사태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평가 과정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을 ‘반성적 평가’라 한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범 오스왈드(가운데)를 총으로 저격한 당시 상황을 찍은 역사적인 사진. 저자는 “왼쪽의 남성 형사 J R 리벨의 표정에는 두려움과 분노가 나타난다. 반면 오스왈드의 표정에는 고통이 나타나 있다. 이는 이미 총이 발사됐음을, 그리고 그 커다란 총성에 리벨이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을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다출판사 제공

누구나 감정에 휘둘려 행동했다가 후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적 행동을 어떻게 화하거나 조절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해 에크먼은 2000년 달라이 라마를 만나 감정에 대해 토론하며 많은 통찰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불교 수행은 파괴적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자동평가를 반성적 평가로 대체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동평가가 일어나는 찰나의 순간을 자각해야 하는데, 이를 불교에서는 ‘알아차림(mindfulness)’으로 부른다. 오랜 명상수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이런 자각과 대비해 에크먼은 일반인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자신이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자각하는 일종의 메타의식인 ‘주의 집중(attentiveness)’이다. 즉 감정이 일어난 직후 자신이 감정적임을 알아차리고 사건과 자신의 반응을 재평가하는 것이라 제시한다. 책은 표정 연구의 대가가 알려주는 종합적인 감정 읽기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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