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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결혼해 2명 이상 낳는 베트남… 女 10명 중 7명 ‘일한다’ [연중기획 -인구절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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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26 14:00:00 수정 : 2020-09-26 10: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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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시대’ 아시아 현주소
저출산·고령화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미국 워싱턴대학 의과대학 산하 보건계랑분석연구소(IHME) 연구진은 최근 의학 전문지 랜싯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1950년 이래 매년 1∼2%씩 증가해온 전 세계 인구가 2064년 97억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일본, 태국,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등 아시아와 유럽 23개국의 2100년 인구는 2017년의 절반 넘게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14억1200만명의 ‘인구 대국’ 중국도 비슷한 처지다. 이미 저출산 추세가 시작된 중국 인구는 2100년 7억3100만명으로 줄어들어 인도(10억900만명 추산)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나이지리아(7억9100만명 예상)에도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세계 인구가 2030년 85억명, 2050년 97억명, 2100년 109억명으로 점점 늘어나다가 하락세로 꺾일 것으로 추산한 유엔 전망과는 차이가 크다. 유엔은 저출산 국가를 중심으로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을 평균 1.8명으로 잡았지만, IHME는 여성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피임 등이 확산하며 출산율이 1.5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2100년에는 195개국 중 183개국의 출산율이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6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서도 선진국 지역의 출산율은 이미 1.6명까지 떨어졌다.

◆베트남 “2040년까지 황금 인구구조”

아시아도 저출산 경향에서 예외가 아닌 가운데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꾸준히 130만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나며 ‘황금 인구구조’(Golden Population Structure)를 유지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2019년 베트남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는 약 9620만명으로, 전체 인구 가운데 15∼64세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68%에 달했다.

베트남 통계청은 일하는 사람 2명당 부양해야 할 사람이 1명꼴인 이런 인구구조가 적어도 2040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 3757만명(73.2%)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미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2047년에는 총인구의 52.4%인 2562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과는 대조를 이룬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를 통해 한 국가의 경제·사회발전에 가장 유리한 인구 특성에 관한 수많은 연구의 공통적 결론은 “크기보다 연령분포가 중요하다”는 점이라며 “통상 25∼49세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도 베트남은 합격점”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세부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일례로 베트남 15세 이상 인구의 77.5%가 한 번 이상 결혼을 했는데, 평균 초혼연령이 남성은 27.2세, 여성은 23.1세다. 지난해 한국 초혼연령(남성 33.4세, 여성 30.6세)보다 6세가량 적다.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그것도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 편이니 초산 연령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여러 명 낳을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베트남 역시 2002년 합계출산율 2.28명을 기록한 이후 저출산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2011년(1.99)을 제외하면 인구 대체 수준의 출산율(2.1명)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2.09명이었다.

베트남 여성의 높은 경제활동 참여율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 통계상 베트남 15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7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남녀가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밖에 베트남 인구는 6개 권역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농촌 거주 인구(65.6%)가 도시 인구(34.4%)보다 2배가량 많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농촌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한국과 비교된다.

베트남은 수십년간 한 가정당 두 자녀 이하만 낳도록 하는 산아제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대도시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가족계획에 변화를 모색 중이다. 조 교수는 책에서 “베트남이 발전하는 데 인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정부 전반에 공유되면서 이제는 ‘인구’와 ‘발전’과 ‘계획’을 함께 묶어서 사고하기 시작했다”며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인구가 어떻게 분포되어야 하고, 그들의 연령구조는 언제 어떻게 변화되는 것이 좋은지 미리 예측하고 기획하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의 축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무게중심도 출산율이라는 양적 측면에서 영유아·모성 건강, 고령인구 건강 증진·관리 등 ‘인구의 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평생교육과 안전망으로 고령사회 대비하는 싱가포르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전망에서 이미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가 부유해지기도 전에 늙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유럽에서는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15%에서 20%로 증가하는 데 26년, 미국은 50년 이상이 걸렸지만 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채 15년이 걸리지 않았거나 그러한 경로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생산가능인구가 2013년 10억58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여 이런 추세대로라면 2050년 7억5000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2018년 신생아 수는 1523만명으로 1949년 이후 최저치(1960∼61년 자연재해 시기 제외)를 기록해 산아제한 정책도 두 자녀까지 둘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1990년 5.57%에서 2018년 11.94%로 증가 추세다. 이대로라면 2050년 노령인구 비중이 30%까지 증가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기대수명이 85세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인 싱가포르가 대안으로 평생학습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4년 시작된 스킬스퓨처(SkillsFuture)는 정부가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기술자까지 각자의 상황에 맞는 평생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25세 이상 싱가포르인은 누구나 직업훈련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정부는 승인된 기관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500싱가포르달러(약 43만원)를 지급한다. 유효기간은 따로 없으며, 주기적으로 추가 비용을 제공해 평생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대학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학생들은 입학할 때부터 최대 20년간 산업 관련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싱가포르 사회과학대는 졸업생들이 신기술에 관한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중앙적립기금 평생소득(CPF LIFE), 메디실드 라이프(MediShield Life) 등 노령인구를 위한 사회안전망도 정비하고 있다. CPF LIFE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임금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적립한 뒤 은퇴 후 돌려받는 방식으로, 노후소득 성격과 주택 구입 등에 대비한 장기저축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메디실드 라이프는 항암치료와 같은 중증질환치료비나 장기입원비 등 거액의 병원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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