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기업 도움받아 자금 세탁
푸틴측근 러 갑부도 英은행 통해 거액의 비자금관리 정황 확인돼
BBC, 英 보수당 정치기금에도 러 재벌 불법자금 유입 의혹 제기

세계 유명 금융기관들이 약 20년간 2조달러가 넘는 거액의 불법 의심 자금 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JP모건, HSBC, 바클레이스,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체방크 등 대형 글로벌 은행들이 북한 등 경제제재 대상의 돈세탁 등 불법적인 자금거래를 묵인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영국 집권당 정치 기부금으로 러시아 재벌의 불법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의 금융범죄단속망(FinCEN)에 제출된 2100여건의 의심활동 보고서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이 분석한 결과, 1999∼2017년 글로벌 은행들이 각국 기업의 불법자금 거래를 용인하거나 해당 활동에 이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은 2008∼2017년 여러 유령회사를 이용하거나 중국 기업 도움을 받아 수년간 자금세탁계획을 실행했는데, 송금 과정에서 뉴욕멜론은행과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뉴욕의 유명 은행들을 거쳤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이때는 미국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항해 꾸준히 제재를 강화하던 시기였다. 당시 승인된 거래 규모는 수년간 1억7480만달러가 넘는데, 이것이 전체 자금세탁 규모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도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명단에 올랐음에도 버젓이 영국 대형 은행을 통해 돈세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의 갑부 아르카디 로텐베르크(68) 형제가 소유한 기업이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의 계좌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한 정황이 확인됐다. 로텐베르크는 서방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다가 되파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텐베르크 형제는 푸틴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국영 석유기업이나 소치 동계올림픽 관련 계약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또 영국 보수당의 정치기금에도 친푸틴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돈이 비밀리에 흘러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2004년 영국으로 건너와 시민권을 얻은 루보프 체르누킨(47)은 최근 8년간 보수당에 170만파운드(약 25억원)를 기부한 최대 기부자로, 2014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과 테니스 경기를 하는 데 16만파운드(약 2억4000만원)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루보프의 남편인 블라디미르 체르누킨이 2016년 러시아 최대 금광 소유자이자 상원의원인 슐레이만 케리모프로부터 비밀리에 610만파운드(약 91억원)를 전달받았다는 점이다.
HSBC는 미국 당국이 사기 계획에 연루돼 있다고 알려온 탈취 자금 수백만달러가 송금되도록 허용했다. 도이체방크는 조직적인 범죄와 테러리스트, 마약밀매업자 관련 불법자금의 송금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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