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LG화학 ‘전지사업 물적분할’ 사전유출, 어디까지 갔을까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0-09-18 12:46:43 수정 : 2020-09-18 17:46: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결정이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해당 기업과 주주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미공개 정보’의 사전 유출은 부정거래로 이어지거나 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LG화학의 분사 결정에 반발하는 여론이 높아 관련 의혹이 명확히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영미권에서는 내부자 거래를 ‘악질범죄’로 규정할 만큼 엄중하게 다루며, 우리도 그런 추세를 따르고 있다.

 

1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로선 미공개 정보 중에서도 회사 분할이라는 공시 사안인 미공개 중요 정보, 그리고 공시와 함께 주가 하락이 예견되는 악재성 미공개 중요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 확실시 되는 단계다.

 

증언, 보고서 등 정황 증거를 종합하면 정보 확산 시점은 최소 공시 만 하루 전인 16일이고, 첫 전파는 그보다 앞선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파 경로는 최소 두 갈래 이상으로 보인다. 하나는 LG화학→협력사, 다른 하나는 LG화학→애널리스트로 전달됐다는 증언이 있다.

 

16일 업계의 한 기업은 해당 루머를 접하고 애널리스트를 탐문해 공시 날짜, 내용, 향후 주가 예상을 간략히 담은 보고서를 경영진에 긴급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모두 16일 오후 첫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이다. 그리고 17일 오전 LG화학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결의를 발표한다. 사전에 공유된 정보와 일치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서로 이해관계자들 아니냐. 이런 큰 이벤트는 귀띔해주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했다.

 

정보 전달이 여기서 멈췄다면 엄중한 단계로 진전되기는 쉽지 않다. 해당 정보가 건네져 매매 행위로 이어지고, 부정한 이익을 챙기거나 손실을 회피하는 결과로 이어진 사실이 확인되어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이상거래는 한국거래소 감시망을 피하기 쉽지 않다. 공시 전후로 수상한 매매, 그리고 주가 변동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거래를 모니터링하다가 이런 거래를 골라내 분석을 벌인다. 이어 판단에 따라 금융 당국에 조사를 의뢰하게 되고, 이후 역시 사안에 따라 검찰로 넘어간다.

 

또 회사가 애널리스트에게 보안 서약을 전제로 사전에 정보를 건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추가 유출과 부정거래로 이어지면 수사 및 처벌 대상이다. 다만 회사는 면책된다. 반대로 회사가 애널리스트에게 미공개 정보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면 부정거래까지 가지 않아도 처벌된다. 하지만 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이런 행위에 연루됐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당국이 신중한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변동, 투자자별 매매 동향 등을 봤을 때 부정거래의 전형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특정 시점에 매매가 몰린다거나 주가가 폭락하는 등 판단 근거들을 볼 때 LG화학은 애매하다”면서 “다만 첩보 등이 있으니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악재성 정보란 점을 판단하고 주가 급락이나 대량 매도 등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작업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6, 17일 증권사 대부분 보고서는 관련 보도에도 불구하고 매수를 권했다. ‘중장기 사업 경쟁력 확대 및 밸류에이션 회복에 단연 긍정적’, ‘주주가치 상향에 걸림돌이 될 요인은 없다’는 식이다. 주당 가격을 100만원까지 예측한 곳도 있다. 일부는 ‘SK와 배터리소송 합의금이 1조원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뉴스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당황스러운 분석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이달 들어 16일까지 개인 투자자가 매수한 종목 1위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141억원, 39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결과만 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개인보다 정확히 예측한 셈이다. LG화학은 “관련 보도가 있을 때마다 미확정 상태이고 확정되면 공시를 통해 밝힌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며 “사전 유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미소 천사'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