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대나무숲에 한 여학생이 제보를 하며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동국대 대나무숲에서 글쓴이는 “작년 축제 둘째 날 법학관 자명 강의실 밖에 있는 공용신발장에 신발을 벗어두었다. 수업을 마친 뒤 운동화를 신으려 발을 넣었는데 차가운 무언가가 느껴졌다”고 말문을 뗐다.
글쓴이는 “축축이 젖은 덧신을 벗어 냄새를 맡아 보니 아니겠지 하면서도 남성 체액인 정액이라는 의심이 들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한 뒤 운동화는 증거로 제출하고 편의점에서 슬리퍼를 구입해 집으로 귀가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몇 달 뒤 피의자로 특정되는 인물이 CCTV에 찍혔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갔다. CCTV에는 한 남성이 신발장 맞은 편 문 뒤에 숨어 탈의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 이 남성이 복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운동화를 자신의 가방에 넣은 뒤 사라졌다가 정액을 넣은 운동화를 제자리에 가져다두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그러나 피해자인 글쓴이는 경찰로부터 이전 사례가 없고 (성범죄로)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없다며 “해당 사건은 성범죄가 아닌 손괴죄 적용만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의 가치를 손상하여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유사성추행으로 성적수치심을 유발했지만 이는 유사추행, 강제추행, 유사강간, 특수성범죄 등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글쓴이는 말했다.
글쓴이는 “직접적인 위해를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는 단순손괴 피해자가 되었다”며 이후 피의자쪽에서 합의를 시도한 정황을 전했다.
이어 “누군지도 모르는 정액의 주인이 제가 누군지 아는 것이 싫었다”며 “학교 인권센터를 통해 의사를 전달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손괴죄가 적용되면 내는 벌금이 합의금보다 적기 때문에 결렬됐다’는 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피의자는 50만원이라는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됐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피의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아 덮어둔 채로 지냈지만 이제야 용기를 내 검찰에 사건에 관한 자료들을 요청했다”며 “이 모든 일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면 저의 개인정보를 모두 노출하는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단순손괴죄라 피해자로서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법률구조공단, 해바라기 센터, 성범죄상담센터, 동국대인권위 같은 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은 없었다. 국민청원까지 생각했으나 어떤 개선의 방법이 없어 글을 쓰게 됐다”면서 피의자를 향해 “이 글을 보는 당신이 학교에, 사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보자의 사연을 접한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저 피의자인 줄 어떻게 아느냐 신상이 밝혀지면 좋겠다”, “이게 어떻게 성추행이 아닐 수 있지”, “나도 법학관 좌선실에서 수업 들었는데 소름끼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재 이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 확산되며 논란을 낳고 있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
사진=동국대 대나무숲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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