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 직접 의사·간호사 갈라치기
난데없이 아이유 끌어들여 팬들도 분노
여권 내에서도 “정말 대통령 메시지 맞는가” 놀라

정부와 의사계의 강대강 국면 속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서서 갈등 해소를 위해 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갈라치기’가 돌파구 마련은 커녕 실타래처럼 상황을 더 악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일 페이스북에 의료 현장에서 고생하는 간호사들을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며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 공백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비난과 폭언도 감당해야하는 상황이라고도 한다”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중된 업무부담, 감정노동까지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씁쓸해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용기 잃지 말고 조금만 힘을 내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의사들의 노력은 깎아내리면서 간호사를 치켜세워 의료진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어떻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료진 갈라치기를 하느냐”라며 “갈라치기 편가르기 싸움에는 천재적이다. 완전 프로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가수 아이유가 아이스 조끼를 기부하였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언제나 환자 곁을 지키며 꿋꿋이 이겨내고 있는 간호사분들 곁에는 항상 우리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아이유는 지난 2월 의료진 안전을 위해 방호복 300벌(1억원 상당)을 대한의사협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아이유 팬들은 이 사례를 들면서 성명서까지 냈다.
문 대통령의 일명 ‘갈라치기’ 전략은 의사들을 달래면서 수습하려는 여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한정애 정책위의장께서 의료계 지도자들과 대화를 하고 계신다.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국회의 권한과 책임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사들께서 한시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와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환자와 국민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국민의 신뢰위에 서 있는 의료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박한 일이다”라고 호소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 메시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정도면 사고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한 전공의는 통화에서 “코로나19에 있어서 의사·간호사 구분이 어딨겠느냐. 의사도 똑같이 방호복 입고 치료하는데 대통령에 저 한마디가 여당 노력에 신뢰를 저버리게 한다”며 “전공의들이 너무 격앙됐었다가 이제 좀 대화의 장으로 나섰는데 의지가 너무 꺾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명분 때문에 파업중이지만 사실 자원봉사 형태로 가서 돕고 있는데 너무 힘이 빠진다”라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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