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취준생 이용 문의도 급증
코 빼고 마스크한 이용객에 눈살
“감염 위험… 집에서 공부” 목소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수도권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 등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공부할 장소가 없어진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취업준비생 등이 한꺼번에 대학 도서관으로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 도서관에서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일부 이용자들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도서관 이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문을 연 대다수 대학 도서관은 이용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일부 대학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개방 중이던 한국외대의 5개 열람실 중 좌석 예약 시스템상에서 예약이 가능한 잔여석은 한 곳도 없었다. 외대 도서관에 있던 취업준비생 홍모(27)씨는 “코로나 때문에 갈 곳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학교 도서관을 개방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도서관 열람실에서는 일부 구역에서 자리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각선 착석만 허용하는 등 대학 측이 열람실 이용 거리두기 지침을 강화한 가운데 일반 열람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이 협소한 ‘노트북존’에 학생들이 몰려 예약 경쟁이 벌어졌다. 노트북존에서 수업을 듣던 이모(22)씨는 “노트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수요가 많아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아침 일찍 왔다”고 말했다. 취업·고시 준비 등으로 공부할 공간이 필요한 졸업생과 휴학생들이 도서관을 찾는 경우도 늘었다. 서울대 도서관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출입증 신청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열람실을 이용하는 일부 학생들이 방역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전날 오후 단과대학 열람실에서 공부했다는 대학생 한모(24)씨는 “열람실의 5분의 1도 차지 않은 상황이라 띄엄띄엄 앉아있었긴 하지만 은근슬쩍 코를 빼놓고 마스크를 쓴 학생을 두 명이나 봤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커뮤니티에는 도서관 이용을 자제하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한 학생이 ‘독서실이 물론 공부는 잘되지만 집에서도 할 수는 있는 것인 만큼 가능하면 집에서 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대학 커뮤니티에는 ‘열람실에서 답답하다고 몰래 마스크 똑바로 안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도서관을 여는 게 안전한 건가’라며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26일 중앙도서관 열람실에 방문한 이 학교 학생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당일 오후 3시부터 6시30분까지 약 3시간30분 동안 도서관 열람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씨가 교내에 있는 동안 마스크를 착용해 밀접접촉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열람실 방역을 마쳤고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을 오는 6일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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