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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취임사와 닮은 이낙연의 당대표 수락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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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9-02 07:00:00 수정 : 2020-09-02 16: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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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 대표 수락 연설이 연일 화제다. 주요한 이유는 이 대표가 차기 유력 대권 후보라는 점이겠지만, 그의 연설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사가 닮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이 대표의 연설에서 단연 화제가 된 부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 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언급하며 울먹인 부분이다. 그는 “거리는 거의 비었다. 사람들의 통행은 한산하다”라며 “가게는 문을 열었지만 손님은 좀처럼 오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고통은 얼마간 더 커질 것이다. 실업자는 늘고, 여러분의 삶은 더 고달파질 것이다”라고 말하던 도중 잠시 울먹였다. 이 대목에서 말을 이어가지 못했던 이 대표는 곧 감정을 추스른 뒤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감정 표현은 1998년 IMF 외환위기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사와 닮은 점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에게 6·25 이후 최대 국란이라고 할 수 있는 외환위기가 닥쳐왔다”라며 “잘못하다가는 나라가 파산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우리는 당면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 한 해 동안 물가는 오르고 실업자는 늘어날 것이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땀과 눈물과 (약 10초간 정적) 고통을 요구받고 있다”라고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잘못은 지도층들이 저질러놓고 고통은 죄 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여러분과 같이 금할 길이 없다”라며 재차 울먹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국난 극복이 절실한 상황에서 야당에 협조를 요청한 점도 닮은 점이다. 김 전 대통령은 “오늘의 난국은 여러분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저의 모든 것을 여러분과 상의하겠다”라면서 “금년 1년 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 하겠다”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 역시 연설에서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며 “(여야가) 합의 가능한 문제들을 찾아 입법화를 서두르겠다”고 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현안으로는 비상경제, 균형발전, 에너지, 저출산 문제를 꼽았다.

 

지난 1998년 2월 2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 앞 광장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김 전 대통령의 취임 당시 여소야대 상황과 달리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176석의 거대 여당으로 18개 상임위원회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여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은 전두환정권 시절인 1987년 1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33년 만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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