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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상소를 가늠할 수 없다”…조은산, 림태주의 지적에 반박

입력 : 2020-08-31 09:25:24 수정 : 2020-08-31 16: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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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자신의 블로그 추정 사이트에 ‘백성 1조에 답한다’ 글 게시
조은산이 지난 30일 자신의 블로그로 추정되는 곳에 올린 글. 블로그 캡처

 

임금께 올리는 상소문의 형식을 빌려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게재했던 ‘진인 조은산’이 자신의 글을 향한 림태주 시인의 지적에 “너의 글을 깨뜨릴 것이니 노여워 말고 새겨 들어라”며 답신을 보냈다.

 

조은산은 전날(30일) 자신의 블로그로 추정되는 곳에 올린 ‘백성 1조에 답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너는 무엇을 먹고 자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왔느냐”며 “너의 글을 보니 묻고자 함이 절실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네 스스로 너의 백성은 집 없는 자들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하여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고 물었다.

 

그는 “난 오천만의 백성은 오천만의 세상이라 했는데, 그렇다면 네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삼천만의 백성뿐이며, 그 삼천만의 세상이 이천만의 세상을 짓밟는 게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고도 일침을 놨다. 그러면서 “난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뿜는 심정으로 상소를 썼다”며 “너는 내가 무엇을 걸고 상소를 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림태주는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너의 문장은 화려하였으나 부실하였고, 충의를 흉내 내었으나 삿되었다”며 “언뜻 그럴 듯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고 조은산의 청원글을 비판했다. 그는 “너는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며 “너는 명분에 치우쳐 실리를 얻지 못하는 외교를 무능하다고 비난했고, 백성의 욕망을 인정하라고 했으며, 정부가 이성적이지 않고 감성에 치우쳐 나랏일을 망친다며 힐난했다”고 말했다.

 

이에 자신의 감성이 드러나면 림태주가 물러설 것이라 밝힌 조은산은 단칸방에서의 어린 시절과 중학생 무렵 배달일 했던 과거 등을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직한 부모님의 신념 아래 스스로 벌어먹으면서, 가진 자를 탓하며 내놓으라 아우성치지 않았다”며 “그것이 네가 말하는 조은산의 진실이고 삶이었다”고 돌이켰다.

 

 

특히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 말라”고도 했는데, 이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는 목동의 마음은 지극한 이성적’이라는 림태주의 말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즉, 자신이 과거에 그 ‘한 마리의 양’이었는데도 어디서도 목동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조은산은 “너 또한 네 편에 선 내 글을 보았다면 명문이자 달필이라 칭했을 것”이라며 “너의 글은 내 편이 아니니 다만 천문이자 졸필로 폄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로의 편이 아니었던 탓에 펜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치가 무어냐’던 림태주의 질문에 우회적으로 답변한 셈이었다.

 

한편, 조은산은 이 같은 내용의 장문을 남긴 뒤, “시인 림태주님의 글은 저와 같은 못배운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며 “정치를 놓고 글을 들어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펜과 펜이 부딪혀 잉크가 낭자한 싸움에서 잠시 인과 예를 잊었다”며 “제가 한참 연배가 낮으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림태주에게도 메시지를 건넸다.

 

림태주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으로 알려진 조은산의 청원에 대한 반박 글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볼 수 없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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