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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전통주 ‘진도 홍주’ 탄생 배경은?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0-08-29 19:00:00 수정 : 2020-08-29 11: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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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진도홍주’. 진도홍주는 붉은색을 자랑하는 전통주로, 허균·허난설헌·허련 등으로 유명한 양천 허씨로부터 시작된 술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제공

전통주에서 새빨간 색을 자랑하는 술이 하나 있다. 이름 자체도 ‘붉은 술’이라는 ‘진도홍주’(珍島紅酒)다. 일단 진도홍주의 붉은색은 지초라는 나무의 뿌리에서 나온다. 맑게 내린 증류주에 붉은 지초 뿌리를 침출시켜 빚는 술이 진도홍주다. 그렇다면 왜 이 홍주는 진도에서 만들게 됐을까?

진도홍주 전설은 조선 성종 때 우의정까지 올라간 허종이라는 인물에서 시작한다. 성종은 연산군의 아버지로,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의 폐비를 결정한 인물이다. 성종은 윤씨를 폐비하기 위해 어전회의를 열었다. 당시 허종은 아침에 마신 ‘홍주’의 취기로 궁궐에 가던 중 낙마를 한다. 그로 인해 어전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화가 오히려 복이 됐다. 연산군이 즉위한 직후 벌인 갑자사화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산군은 윤씨 폐비에 엮인 신하들을 처형하고 그들의 가족과 제자들까지도 처벌했다. 유독 허종만 멸문지화를 피했다.

허종 집안에는 특별한 인물들이 많았다. 홍길동전의 허균, 조선 중기의 여류 문화가 허난설헌, 그리고 동의보감의 허준이다. 모두 양천 허씨 인물이다. 허종도 단순한 정치가가 아니었다. 바로 ‘의방유취’와 더불어 조선 3대 의서라고 불리는 ‘향약집성방’을 언해(諺解·한국어로 번역)한 인물이었다. 향약집성방은 우리나라 약재 사전의 효시라 불린다. 총 85권으로 된 이 책은 세종대왕의 명을 받아 만든 것으로, 중국 약재를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한국의 토종 약재를 연구한 의서다.

전문가들은 향약집성방이 없었다면 동의보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허종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했다면 허균이나 허준과 같은 인물들도 없었을 것이다. ‘홍주’라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홍길동전과 동의보감을 이 세상에 있게 했다. 여담이지만, 동의보감에는 진도홍주의 원재료인 지초의 효능에 건위, 강장, 해독, 해열, 청혈, 황달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후 허종의 후손인 허균이 역모죄로 몰리면서 허씨 집안은 진도로 낙향한다. 진도로 내려간 허씨 집안 중 조선 말기 소치 허련이라는 화가가 유독 눈에 띈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동양화의 한 화법인 남종화를 조선에 정착시킨 인물이다. 김정희는 “압록강 동쪽으로 소치 허련을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고 할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허련이란 인물이 화실을 운영했는데, 바로 진도의 명소 중 한 곳인 ‘운림산방’이다. 배우 배용준과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2003)에서 두 사람은 운림산방의 연못에서 뱃놀이한다. 두 사람의 뱃놀이 장면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각설해서, 진도로 내려간 허씨 집안은 진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족적을 남긴다. 특히 홍주 또한 허씨 집안을 따라 진도로 내려가면서 ‘진도홍주’가 되어 진도의 술로 자연스레 자리를 잡는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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