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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안전 우선” vs “표현자유 침해”… ‘삐라’싸고 남남갈등 [이슈 속으로]

입력 : 2020-08-22 11:00:00 수정 : 2020-08-22 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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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법’ 찬반 논쟁
여야, 10년 넘게 합의 못보고 ‘폐기’
국민 여론도 ‘50대 41’ 찬반 갈려
지난 2016년 4월 2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대북관계 발전을 위해 전단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표현의 자유 제한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10년 넘게 여야 합의 못 봐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대북전단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안이 4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교류협력법) 개정안 3건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1건이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전단 살포를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김홍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류협력법 개정안은 대북전단 및 이에 준하는 물품을 남북 간 교역과 반출·반입 대상에 포함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김승남 의원의 대표 발의안은 애드벌룬 등을 운항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송영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한 발 더 나아가 남북합의서 위반행위에 전단 살포행위를 넣어 이를 원천 차단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도 있다.

앞서 남북이 1990년대 들어 여러 합의서를 통해 상호 비방 중단을 약속하면서 법상 대북전단 제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8년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제18대부터 제20대 국회까지 모두 8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실제 법률 개정에 반영된 적은 없다. 매번 여야 간 의견 차이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왼쪽)과 대북전단 살포하는 탈북민단체의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 하명법’ 논란도

지난 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여야는 대북전단을 제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앞서 지난 6월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전단 살포가 남북합의 위반이라는 경고성 담화를 발표한 뒤 부랴부랴 법안 마련에 나선 모양새여서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여정이 만들라고 하니 서울에서 이렇게 고속으로 법을 만드냐”며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김정은이 제정하라고 하면 그다음 4월 정기회의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에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남북관계의 주요 원칙은 멸공통일이 아닌 평화통일”이라며 “왜 김정은을 도와주는 법안을 만들었느냐는 식으로 의도를 매도하고, 상대 의원의 법안 발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면 논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북교류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교류협력법으로 대북전단을 규제하려다 보니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역 대상으로 규정한 물품에 대북전단을 포함하거나, 북한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북전단을 남북한 주민 간 접촉의 하나로 간주해 규제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최대 90일 동안 계속 논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송 위원장은 1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하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도 논란이 될 것”이라며 대북전단 금지법이 제21대 외통위의 전반기 핫이슈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6월 11일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이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자신의 창고에서 대북전단을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주민 안전” vs “표현 자유”

대북전단 금지에 대한 여론도 팽팽하게 엇갈린다.

지난 6월 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대북전단 금지법’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 50.0%, ‘반대’ 41.1%로 나타났다. ‘잘 모름’이라는 대답은 8.9%다.

정부와 여당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여지를 막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풍선 등에 띄워 보낸 대북전단 상당량이 북쪽에 도달하지 못하고 접경지역에 떨어져 환경오염과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효과는 작고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뉴스1

반면 금지할 경우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반대 측 의견이다. 대북전단을 원천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외부 세상과 단절돼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고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민감한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고 민간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밀어붙이기식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은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미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주체의 표현의 자유와 함께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권·재산권 등 기본권 간의 충돌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북전단 규제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법인 설립허가 취소가 법원에 의해 잇따라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탈북민단체 ‘큰샘’에 이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통일부를 상대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접경지역의 주민 안전과 표현의 자유 모두 중요하다”며 “군사적인 충돌 방지를 위해 접경지역에서의 행위를 제한적으로 막는 방향으로 여야의 입장을 조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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