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양 정치국원은 중국의 외교정책 결정에 있어 왕이 외교부장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최고위급 인사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양 정치국원의 한국 측 상대방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을 바로 곁에서 보좌하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맡는다.
청와대는 양 정치국원이 서 실장 초청으로 오는 21∼22일 부산을 방문한다고 19일 밝혔다.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 간의 회담은 오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왕이 외교부장보다 높은 양 정치국원의 방한은 2018년 7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그의 한국 측 상대방은 서 실장의 전임자인 정의용 전 실장이었다. 따라서 서 실장이 안보실장 취임 후 양 정치국원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정치국원은 2018년 3월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적 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서훈 실장과 양제츠 정치국원은 22일 오전 회담에 이어 오찬 협의를 통해 한·중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 한반도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 정치국원 방한의 최대 목적이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 일정을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강 대변인이 회담 주제 중 하나로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를 지목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정부는 시 주석이 올 상반기 국빈으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상황이다. 외교부는 시 주석의 방한 시기를 애초의 ‘상반기’ 대신 ‘연내’로 수정한 상태다.
다만 한국이 요즘 코로나19 재유행을 맞은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당장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의 회담 장소가 서울이 아닌 부산으로 정해진 것과 관련해서도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이 워낙 심각해 중국 측이 서울을 회피한 결과 아닌가” 하는 추론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중국 측의 일정과 희망사항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국내의 코로나19 확산 문제와 회담 장소 결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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