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라면 아마도 ‘막걸리’를 언급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출로만 본다면 막걸리 업계의 성적은 좋지 않다. 막걸리 양조장은 소규모 영세업체가 다수였다. 반면 소주와 맥주 업체는 자본과 시설로 무장했고, 이들은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마케팅했다. 그 결과 막걸리 점유율은 낮아졌고, 이제는 옛 영광을 되찾기 힘들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하지만 일부 막걸리 시장은 과거보다 더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바로 다양성 측면에서다. 과거 막걸리는 겨우 쌀막걸리, 밀막걸리, 생막걸리 정도로 구분되었다. 아니면 국산쌀이냐 수입쌀이냐 정도로 나뉘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식재료로 막걸리를 만든다. 특히 가격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1000원짜리 막걸리가 있는가 하면 5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그렇다면 일반 막걸리와 고급 막걸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포장의 차이일까.
우선 원료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난다. 일반 막걸리는 수입쌀 또는 정부미 등으로 만든다. 반면 고급 막걸리는 지역적 특징을 가진 브랜드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이러한 지역성을 나타내기 위해 농가와 계약재배 등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원료 비율도 굉장히 다르다. 일반 막걸리는 물과 쌀의 비율이 8대 2 정도라면, 고급 막걸리는 5대 5, 또는 그 이상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원료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맛과 풍미를 원료에서 끌어오기 때문이다. 저가의 막걸리는 원료에서 끌어내는 풍미가 부족해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 함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발효시키면 15도 전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다. 여기에 물을 넣어 6도 전후로 만든다. 이를 감안하면 물을 적게 넣은 막걸리, 도수가 높은 막걸리는 상대적으로 원가 비율이 높다. 예컨대 알코올 함유량 15도의 제품을 5도 제품으로 만든다면 모두 3병이 나온다. 7.5도는 2병, 10도의 제품은 1.5병밖에 안 만들어진다. 즉 막걸리에 있어서 도수는 절대적인 원가와 비례하는 것이다.
제조 및 숙성 기간도 다르다. 일반 막걸리는 1∼2주 숙성으로 생산된다. 하지만 고급을 지향하는 막걸리는 30∼100일을 숙성하는 경우가 많다. 숙성을 하면 향이 뭉근해지고 다양한 과실 향이 도드라지며, 매끄러운 목 넘김을 가지는 등 풍미가 남달라진다.
포장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반 막걸리는 원가 150원 내외의 공용 페트병을 사용한다. 하지만 고급 막걸리는 자체 디자인한 페트병 또는 유리병을 사용한다. 결국, 제품 하나하나 소중하게 다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수제품이 많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막걸리 및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는 세대는 50∼60의 중장년 세대가 아니다. 20∼30의 밀레니얼 세대라는 것.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소유보다는 경험, 그리고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그들의 소비패턴과 잘 맞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운 이때 비대면(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한 유일한 주류 품목이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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