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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에… ‘공인중개사 시험' 몰리는 2030

입력 : 2020-08-18 06:00:00 수정 : 2020-08-18 0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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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시험 응시자 급증
2019년 응시자 6년 전 대비 2배 ↑
청년층, 고용불안에 대안 부상
‘중년고시’서 ‘청년고시’로 변해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직장인 배모(35)씨는 지난주 시작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를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하듯 간신히 해냈다. 추가 접수기간까지 열흘이 남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배씨 집 근처에 있는 시험장은 물론 서울 내 대부분 시험장이 마감됐다. 서울 양천구의 한 시험장에 남은 한 자리를 발견했다가 결제 도중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지방으로 ‘원정 시험’까지도 생각하고 있던 배씨는 접수 사흘째 공석을 발견해 간신히 서울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20∼30대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을)’ 대출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청년층이 고용불안의 대안이자 재테크의 수단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2019년도 제30회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는 29만8227명으로 2013년(15만8659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10∼30대 청년 응시자는 11만4471명으로 전체의 약 38%에 육박했다. 과거 ‘중년의 고시’로 불렸던 공인중개사 시험이 ‘청년 고시’로 변한 셈이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증감을 나타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10월 치러지는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많은 응시자가 몰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인중개사 시험을 접수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큐넷’은 접수 첫날인 지난 10일 한때 접속자가 몰려 사이트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17일 현재 서울의 1차 시험장은 모두 접수가 마감된 상태다.

 

지난해 1차 시험에 합격한 공기업 4년차 직장인 김모(29)씨도 올해 공인중개사 2차 시험에 응시했다. 김씨는 2018년의 부동산 폭등을 목격하고 부동산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김씨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았으면 애초에 준비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기대수명도 길어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도 있다. 정부의 규제로 시장이 위축할 수 있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건축사 자격증 등의 지식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공인중개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사 9년차인 배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새로 집을 구매할 당시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세입자였던 배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를 가려고 했지만 집주인이 전세자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았다.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집이 불법으로 증축한 건물에 해당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배씨는 “학교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지식 말고도 부동산, 주거에 관한 진짜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내려다 본 여의도 일대 아파트. 권용훈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젊은 층이 ‘보험’으로 자격증 취득에 나섰다고 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지금 시험에 응시하는 것은 당장의 중개업소를 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중의 생계를 고려한 일종의 보험 성격이 강하다”며 “20∼30대가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는 한편 부동산에 대해 제대로 배워 살아남기 위한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다는데 중개업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라고 하기 어렵다”며 “청년층의 (중개업) 쏠림 현상은 이렇게 해서라도 대처하지 않으면 미래에 희망이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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