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프린터로 부품 조달
코로나시대 기업들 활용 시작
집서 제품 출력하는 시대 올 것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우리의 여러 일상모습 중 하나는 온라인 주문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감염의 우려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혼잡시설을 피하게 되고, 무더위에 마스크를 끼고 쇼핑하는 불편함, 배달앱과 간편결제의 편리함까지 더해지면서 온라인 주문 같은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경우 이처럼 온라인 쇼핑을 늘리거나 자택근무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처한다고 하지만 글로벌 경영을 지향했던 기업들은 이러한 공간적 제약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여러 가지 기술적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3D프린팅이 효과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이라고도 불리는 3D프린팅은 종이인쇄 같은 2차원 방식을 업그레이드한 것인데 층을 올리는 방식으로 프린팅함으로써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제조기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창업동아리나 벤처기업에서 시제품을 값싸게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숙련된 노동인력 부족에 대처하고 스마트 공장을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제조(Digital Fabrication) 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면 비대면이 강조되는 코로나19 시대에 3D프린팅의 장점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이 달라질까.
3D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원거리 생산을 통해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잘 설명해주는 극단적인 예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메이드 인 스페이스’(Made in Space) 프로젝트이다. 과학자들이 우주실험을 위해 몇 달씩 우주정거장에 머물곤 하는데, 물자보급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되곤 한다. 우주정거장의 일부 모듈이 고장 나서 핵심부품의 교체가 불가피할 경우, 지구에서 로켓을 쏴서 우주정거장까지 직접 보급을 해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비효율적 과정이다. 때문에 NASA는 3D 프린터를 우주정거장에 올려보낸 후 필요한 부품이 있다면 그때그때 지구에서 설계도만 이메일로 보내주면 된다는 구상을 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실제 무중력 상태에서의 3D 프린팅 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이 같은 NASA의 Made in Space 프로젝트 개념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쉽게 적용될 수 있다. 먼저, 코로나19로 해외출장이 제한되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은 애를 먹고 있는데, 복잡한 핵심부품만 중앙집중적으로 생산하고 대부분의 부품은 각 지점에서 3D 프린팅 기반 적층제조를 통해 생산함으로써 부품운송과 재고관리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용 장비와 부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HP나 재규어-랜드로버 같은 회사들은 각 지역에 있는 3D 프린터를 통해 의료용 안면보호대, 인공호흡 장비 부품 등을 생산하여 적기에 공급한 바 있으며 중국의 한 건설업체는 우한에서 건축용 3D 프린터로 코로나19용 조립식 격리병동을 하루에 15채씩 생산하여 공급함으로써 공간적으로 격리된 공간에서의 생산이슈를 디지털 제조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예를 보인 바 있다.
더욱이 최근의 소재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플라스틱은 물론 금속, 유기물 등 다양한 소재가 3D 프린터의 재료로 활용되고 복합소재나 전자회로의 출력도 가능해지면서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예견했던 프로슈머와 진정한 사용자 혁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이 배달앱을 통해 다양한 음식을 주문하는 것처럼 네덜란드의 한 스타트업은 가정에 설치된 3D 프린터를 통해 매주 새로운 초콜릿 디저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반대로 개인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예술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개인 맞춤형 생산이 더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머지않아 온라인 배달을 대체하여 인터넷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집에서 출력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인류는 기후, 전쟁, 질병 등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늘 새로운 기술로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D프린팅이 가진 여러 이점을 활용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겪는 여러 어려움을 해결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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