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세계 곳곳서 ‘골칫덩이’
남획·주권침해 등 의식 고육책

중국이 남아메리카 대륙 주변 어장에서 자국 원양 어선들이 향후 석 달간 오징어를 잡지 못하도록 금어기를 설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중국이 근해가 아닌 먼바다에 자국 어선을 대상으로 한 금어기를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획 등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어장 인근 국가의 주권 침해 논란, 환경파괴 비판 등을 의식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농촌 농업부는 오는 9∼11월 자국 원양 어선들을 대상으로 동태평양과 대서양 서남단 일부 구역 등 모두 두 곳에 오징어 금어기를 설정했다. 남아메리카 대륙 양쪽을 설정했는데, 한 곳은 에콰도르 앞 갈라파고스 섬 인근이며 또 한 곳은 아르헨티나 인근 해역이다.
중국 정부는 “오징어 개체 수 회복을 위한 자율적인 조치로서 지속가능한 어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국제기구와 관련 국가와의 협력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중국 어선들은 이미 세계 어장 곳곳에서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국제 환경단체와 일부 국가들은 중국 어선들이 일부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오징어의 경우에도 2018년 기준 중국은 52만t의 오징어를 잡았는데 세계 전체 어획량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달 갈라파고스 인근 해상에서 약 260척의 대규모 중국 어선단이 포착되자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이웃 나라와 협력 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아르헨티나도 자국 인근 바다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어선 한 척은 2016년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에 의해 침몰당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도 아르헨티나 당국은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실탄 사격을 가해 중국 어선을 퇴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근 성명에서 “중국이 연안 국가들의 주권과 관할권을 일상적으로 침해하고 어족을 남획하는 등 약탈적 조업 관행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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