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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아내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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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9 23:00:40 수정 : 2020-07-30 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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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재산 또는 최악의 재산은 바로 그 아내다.” 영국 역사가 토머스 풀러의 말이다. 유대교 율법서 ‘탈무드’에는 “남편의 집은 아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내가 남자의 일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게다.

 

중국 촉한 정치가 제갈량의 부인 황씨는 추녀였다. 똑똑한 데다 풍채가 당당한 제갈량과의 결혼은 당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제갈량이 아내 고르는 것을 흉내내지 말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제갈량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황씨 내면의 아름다움에 끌렸을 것이다. 황씨는 총명하고 재주가 많은 재원이었다. 황씨의 아버지는 “내 딸은 머리가 노랗고 낯빛은 검지만 재주가 당신의 배필이 될 만하다”며 제갈량에게 혼인을 권했다고 한다.

 

제갈량의 선택은 옳았다. 황씨는 제갈량이 위나라 대군을 격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군량미 수송용 수레 ‘목우유마(木牛流馬)’ 발명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제갈량이 여름에 남방으로 출정하자 전염병을 염려해 ‘와룡단(臥龍丹)’이라는 약을 조제하기도 했다. 가히 내조의 여왕이라 할 수 있다. 세월이 지나자 황씨의 추녀 이미지는 점차 존경심으로 바뀌었고 모두가 제갈량의 탁월한 안목에 감탄했다고 한다. 황씨야말로 제갈량이 가진 최고의 보물이었던 셈이다.

 

“베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면 길 가는 아무하고나 해도 별 문제가 없다. 덕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면 백명 중에 골라도 제일 엉뚱한 걸 고른 것이 된다.” 법륜 스님의 주례사 내용이다. “서로 덕을 보자는 마음으로 결혼하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남편 조영기 시인의 순애보는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런 고 의원이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유료 강좌에 남편을 강사로 초빙해 논란을 불렀다. 고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댓글을 단 사람 중 99%가 계속 진행해줄 것을 요청해 남편을 강사로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털에 달린 “공과 사는 구별하자” 는 수많은 비판 댓글은 무시했다. 헌신적 ‘외조’로 유명한 남편에게 ‘아내 찬스’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현명한 아내의 처신일까.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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