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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노력해 얻은 전투기 겨우 이틀 타고 전사… 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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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공군 창설 주역 중 한 명인 이근석 장군
6·25 초반 일본서 조종 훈련 마치고 7월2일 귀국
곧장 실전에 투입… 7월4일 적 대공포 맞고 산화
신성모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이근석 장군. 세계일보 자료사진

“어렵게 얻은 그 비행기를 겨우 이틀 타고 전사한 것이 원통하다는 뜻이오.”

 

대한민국 공군 창설의 주역 중 한 명인 이근석(1917∼1950) 장군 전사 70주기를 맞은 가운데 신성모(1891~1960) 당시 국방부 장관이 이 장군을 가슴 깊이 추모한 기록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 장군은 전사 당시 계급은 대령이었으며 사후 준장으로 1계급 진급이 추서됐다.

 

26일 월간조선(8월호)이 단독 입수해 공개한 신 전 장관의 6·25전쟁 육필 전황 보고서에는 이 장군이 전사하고 하루 지난 1950년 7월5일의 기록이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보내졌기 때문에 깍듯한 경어체를 쓰고 있다.

 

신 전 장관은 “우리 공군의 활약은 예기(豫期)한 바와 같이 폭탄이 있는 대로 적을 폭격 사격하여 오던 바, 어제(1950년 7월4일) 오전 11시 적의 탱크가 수원을 향하여 들이밀 때에 이것을 폭파하려고 나갔던 우리 비행기 4대 중에 이근석 대령이 조종하던 비행기가 적탄에 맞아서 떨어졌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이어 “한국 공군의 제일 우수한 기능을 가졌으며 또 세계적 기록을 이룬 이근석 대령을 잃은 공군 일동은 총참모장으로부터 병졸까지라도 애도하는 바입니다”라며 “그들의 말에 의하면, 군인으로서 전사한 데 대하여 슬퍼 우는 것이 아니라, 지난 두 해 동안 그 비행기를 얻어가지고 온갖 정성을 다 드렸던 이 대령은 어렵게 얻은 그 비행기를 겨우 이틀 타고 전사한 것이 원통하다는 뜻이오, 하늘 같이 믿고 그 비행기 뒤를 따라 날아갔던 공군 장교들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 하여 운다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공군대구기지에 있는 이근석 장군 흉상. 세계일보 자료사진

‘어렵게 얻은 그 비행기를 겨우 이틀 타고 전사’라는 대목은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1949년 육군에서 독립한 공군은 6·25전쟁 발발 당시 연락기와 훈련기만 있을 뿐 전투기가 한 대도 없었다. 공군 창설 당시부터 2년간 이 장군 등이 나서 전투기 도입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허사였다.

 

그러다 1950년 6월25일 북한이 기습남침을 했다. 미국은 신생 한국 공군에 전투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장군 등 공군 조종사 10명은 전쟁 이틀째인 1950년 6월26일 한국을 떠나 일본 이타즈케로 갔다. 그곳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서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F-51 무스탕 전투기 조종법을 익혔다. 말 그대로 ‘벼락치기’ 공부였다.

 

이 장군 등 조종사 10명은 1950년 7월2일 미 공군이 내어준 F-51 전투기 10대를 몰고 한국에 귀환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1950년 7월3일부터 곧장 실전에 투입됐다. 이를 기리고자 공군은 매년 7월3일을 ‘조종의 날’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연다.

 

6·25전쟁 당시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F-51 무스탕. 뉴스1

출격 첫날은 무사히 작전을 수행했으나 둘째날인 1950년 7월4일 경기도 안양 방면에서 북한군 기갑부대를 공습하던 이 장군의 전투기가 적이 쏜 대공포에 맞았다. 이 장군은 전투기를 몰고 북한군 탱크로 돌진, 장렬하게 산화했다.

 

1949년부터 두 해 동안 전투기 도입을 위해 그렇게 애썼건만 막상 손에 쥔 전투기를 몰고 싸운 기간은 단 이틀에 그쳤으니 유족을 비롯해 전 공군 장병이 애석하게 여긴 것도 당연했다.

 

당시 이 장군이 몰았던 F-51 전투기가 대구 비행장에서 출격한 점을 기리기 위해 1962년 공군대구기지에 고인의 동상이 들어섰다. 지금도 매년 7월4일 기일이면 공군대구기지에서 이 장군의 추모제가 열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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