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나비와 나방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에는 이들의 몸 전체를 덮고 있는 가루가 싫어서인 경우가 많다. 비호감의 원인인 날개 가루, 즉 인편(scale)은 나비목 곤충의 날개와 몸을 뒤덮고 있으며 손으로 만지면 가루처럼 묻어난다. 인편은 무늬나 보호색을 형성해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며 빗방울 등에 의해 젖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인편이 몸에 닿으면 왠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나비목 곤충은 손으로 만져도 별다른 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종에서 애벌레는 털로, 어른벌레는 가루로 뒤덮여 있어 위험한 곤충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진짜 독이 있는 나방류도 있다. 독나방아과나 쐐기나방과 등에 속하는 일부 나방류에는 애벌레의 털이나 가시, 어른벌레의 인편에 독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독나방아과에 속하는 독나방(Artaxa subflava)은 독이 있는 털(독모)을 지니고 있다. 이 독모가 피부에 닿으면 가려움증을 동반한 통증을 느끼며 심하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독나방의 독은 애벌레 몸에 있는 독모에서 유래된다. 독나방 애벌레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배마디 등쪽 면에는 각각 한 쌍의 검은 돌기가 있는데, 바로 여기에 미세한 독모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독모의 크기는 0.1㎜ 정도의 길이로 매우 짧아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독모는 애벌레 시기에 생기지만 번데기나 어른벌레에도 붙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약 독나방과 접촉하여 가려움을 느끼게 되면 되도록 건드리지 말고 테이프 등으로 독모를 떼어내거나, 흐르는 물에 씻는 것이 좋다.
최근 매미나방 등 독나방류가 대발생하여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다행히 이들은 독나방처럼 강한 독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수가 나타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대발생의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겨울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을 무서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대발생의 원인을 누가 제공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안능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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