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마포 홍대 플렉스라운지. 10여명의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1층 무대 아래에는 카메라와 마이크, 조명 등을 다루는 스태프들로 가득했다. 무대에는 가수 ‘카더가든’과 키보드, 기타, 베이스, 드럼 연주자까지 5명이 올라와 신곡 ‘31’을 부르며 연주했다.

카더가든의 모습은 무대 아래에 자리 잡은 카메라에 담겼다. 촬영은 이날 오후 1시에 시작해 2시30분까지 진행됐다. 내용은 신곡 무대 스케치와 코멘터리로 간단했지만, 카더가든과 촬영팀은 수차례 촬영을 반복했다. 이렇게 찍힌 영상은 21일 애플리케이션 ‘플로’(FLO)와 유튜브 채널 ‘케이크 팝’(CAKE POP)을 통해 공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올스톱’됐던 대중가요계가 ‘랜선콘서트’ 방식으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콘서트를 온라인 생중계하는 것이다.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방방콘 더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디 뮤지션에겐 아득히 먼 세상의 이야기다. 랜선콘서트를 하기엔 충분한 관객을 확보하기 어렵고, 콘서트를 열 능력과 돈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디 뮤지션을 솔깃하게 하는 프로젝트가 한 달 넘게 진행 중이다. 바로 ‘스테이지앤플로: 홍대를 옮기다’(Stage&FLO: Hongdae)다. 이는 인디 뮤지션 100팀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5월 30일부터 매일 한 팀씩 공개해, 20일 현재 52팀의 영상이 올라갔다.
해당 프로젝트는 어쩌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다. 인디 뮤지션 100팀 섭외는 물론이고, 영상을 매일 공개하는 일 또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노력해서 만든 영상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왜 이런 영상을 만드는 것일까. 플로 운영사인 드림어스컴퍼니의 조혜림 매니저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힘든 사람들이 인디 뮤지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디 뮤지션에겐 공연이 거의 유일한 수익원인데, 코로나19로 모든 현장 공연이 중단되면서 수익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랜선콘서트가 있지만, 아이돌 가수에게나 해당합니다. 인디 뮤지션이 랜선콘서트를 하기엔 충분한 관객이 모이지 않아요.”
프로젝트는 SK그룹의 사회 안전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5월 초에 기획됐다. 당시 10여 팀 정도 영상을 제작하기로 했지만, 회사 내부에서 “이왕 하는 거 100팀 정도로 대상을 넓혀 도움을 주자”란 의견이 나와 지금의 모습이 됐다. 100팀에는 신인급부터 노브레인, 브로콜리너마저 등 선배급 인디 뮤지션까지 포함됐다. 장르는 발라드, 록, 국악 등 다양하다.
인디 뮤지션은 노래 한 곡을 부른다. 신곡일 수도, 대표곡일 수도 있다. 플로 측은 공연장을 대관하고, 그곳과 어울리는 뮤지션을 선별해 촬영한다. 촬영을 맡은 프로덕션 비콘 정우람 대표는 “인디 뮤지션은 각자 개성이 있어서, 가능하면 공연장과 어울리는 인디 뮤지션을 섭외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공연장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언플러그드에서는 조용한 노래, 소공연장 규모인 롤링홀에서는 빠르고 강렬한 노래가 어울린다. 그러다 보니 플로 측은 롤링홀, 벨로주, 어거스트엘리오, 언플러그드, 얼라이브홀, 엘라의 거실, 살롱 문보우, 클럽에반스, 플렉스라운지까지 각기 다른 개성의 9개 공연장에서 촬영하고 있다. 부제 ‘홍대를 옮기다’란 의미도 여기에 있다. 홍대 등지에서 다양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소개하는 동시에, 홍대를 대표하는 공연장을 영상에 담기 때문이다.
완성된 영상은 5분 남짓이지만, 촬영은 대개 두어 시간이 넘게 걸린다. 온라인으로라도 더 좋은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정 대표는 “인디 뮤지션이 홍대 공연장에서 실제로 노래를 부르고, 그 모습을 영상에 담는다”며 “공연장에 못 가는 팬들에게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는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 같다” “공연장에 가고 싶다” 등 찬사의 댓글들이 붙는다.
하지만 아직 아쉬운 점도 있다. 더 많고 다양한 인디 뮤지션을 소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가 급하게 진행돼 일부 부족한 부분이 드러납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즌2에서는 더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공연장 섭외도 확대해, 인디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특성을 충분히 표출하는 영상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조혜림 매니저)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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