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맨 위 사진)가 소년재판에서 호통을 치는 이유를 공개했다.
15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제헌절 특집으로 천종호 판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천 판사는 “판사가 오죽하면 체통도 없이 호통을 치겠냐”며 “소년재판은 맡은 사건이 많아 1명당 3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3분 만에 재판을 받고 돌아갈 만큼 소년범은 가벼운 처벌을 하는데 그렇게 되면 법정에 경각심을 못 갖게 될 것”이라며 호통을 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시는 (아이들이) 법정에 서지 않길 바라면서 호통을 쳤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사회가 너희에게 얼마나 관용을 베풀고 있는지 알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통을 치고 다시 오면 더 엄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경고하는 것”이라며 “3년 동안 내 법정에 5번 선 아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천 판사는 “가해자 중 결손 가정 아이들이 많다. 슈퍼에서 담배를 훔치면 보통 부모님들이 피해를 변상하고 마무리되는데 그러지 못한 아이들이 법정에 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부모님들이 아이들 재판 소식을 듣고 선처를 위해 법정에 서게 된다. 몇 년 만에 아이를 본 부모님들도 있다”고 말해 출연진을 놀라게 했다.
이어 소년법이 다소 가볍지 않냐는 진행자(MC) 방송인 유재석(위에서 두번째 사진 오른쪽)의 질문에 “나는 그 정신을 살리되 어느 판사님보다 엄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년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 10호 처분이다. 소년원에 송치하는 처분으로 보호 기간은 최장 2년이다”라며 “(내가) 그 처분을 많이 내려 생긴 별명이 ‘천10호’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천 판사는 사법 사상 최장 기간인 2010년부터 8년간 소년재판을 맡아 1만2000여명의 소년범을 재판한 바 있다.
그는 학교 폭력 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소년범이 선처를 호소하자 “안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돌아가”라고 호통치는 모습이 2013년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학교의 눈물’ 방송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tkadidch98@segye.com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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