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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 방역에도 사라지지 않는 ASF… “컨트롤타워 마련 시급”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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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12 09:12:53 수정 : 2020-07-12 09: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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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장기화 우려감 고조 / 2019년 9월 국내 농가 첫 감염 발생 후 / 멧돼지 감염수 줄었지만 지역은 늘어 / 여름철 수풀 우거짐·장마 등에 대비 / 차단울타리 등 시설물 점검·보강 총력 / 관리인력 확충·CCTV 통해 상시감시 / “정부, 멧돼지 ASF 北 통해 유입 결론 / 돼지 방목 러시아, 멧돼지 전파 1.4%뿐 / 대부분 차량·작업자·오염된 사료 원인 / 무조건적 멧돼지 몰살, 방지 대책 안돼 / 역학연구·백신 등 중장기 대책 세워야” / 사람이나 다른 동물은 감염 안돼 / 폐사체 폐기물·배설물로 전파도
야생멧돼지 포획틀 점검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연천군 부곡리 야생멧돼지 ASF 발생현장을 방문해 포획틀 등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지난해 9월 경기 파주에 있는 양돈농가에서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한 달 뒤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10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바이러스 확산 차단 노력으로 발생 개체 수는 줄었지만, 발생지역이 지난해 3곳에서 올해 7곳으로 늘어나는 등 아직 완전히 근절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번식기 이후 멧돼지 개체 수가 증가하는 등 ASF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당국의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국내 야생멧돼지 ASF는 북에서부터 전파”… 여름철 대비 차단 강화

10일 환경부의 지역별·월별 멧돼지 ASF 발생현황에 따르면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지난해 10월 2일부터 지난 7일까지 총 663건이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연천이 273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화천이 24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경기 파주가 98건, 강원 철원 29건, 강원 고성 4건, 강원 양구 3건 순이었다.

당국은 야생멧돼지 ASF가 북한을 통해 최초 유입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5월 ‘국내 야생멧돼지 ASF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통해 러시아, 중국에서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를 통해 전파됐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과학원이 제시한 근거는 우선 ‘유전형의 동일성’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전역에서 채취한 야생멧돼지 시료 1만6809건을 검사했고, 이 중 약 3.5%인 585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바이러스 유전형을 살펴본 결과 종류는 ‘유전형 2’로 밝혀졌다. 이는 2007년 동유럽(조지아공화국)에서 발생해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으로, 러시아-중국-북한 유입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바이러스 유전형은 국제적으로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5월30일 북한이 압록강 부근 자강도 우시군의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한 점이 분석결과에 반영됐다. 또 초기에 ASF에 감염된 멧돼지들이 남방한계선 1㎞ 내에 밀집해 있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과학원은 국내 유입 이후 전파경로는 주로 감염된 멧돼지 또는 죽은 멧돼지와 접촉인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기존 발생지역에서 최소 7~33㎞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롭게 발생한 일부 사례들(화천군 풍산리,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이 있는데 이는 수렵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향후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야생멧돼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정책은 이동차단을 위한 울타리 설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 대부분이 광역울타리 내에서 발견됐다. 과학원에 따르면 접경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광역 울타리는 약 99.5%(585건 중 582건 검출)의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당국은 여름철 수풀 우거짐과 장마, 번식기 이후 멧돼지 개체 수 증가 등 계절에 따른 환경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ASF 양성 개체 발생 통계를 보면 1~3개월령으로 추정되는 어린 야생멧돼지 개체에서 ASF가 검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환경부는 우선 단계적으로 포획장을 확대키로 했다. 양성 개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화천군에 포획장이 추가로 설치된다. 현재 포획장은 연천군에 6개가 설치되어 시범운영 중이며, 올해 4월 중순 처음 설치된 이후 18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된 바 있다.

또 장마가 시작된 6월 말부터 오는 31일까지를 시설물 집중관리기간으로 설정하고 차단울타리, 양성개체 매몰지 등 대응 시설물을 점검·보강에 나선다. 현재 경기·강원 북부에 설치된 울타리와 매몰지가 폭우로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장 관리인력은 기존 67명에서 172명으로 확충해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인력으로 감시하기 어려운 구간 등은 폐쇄회로(CC)TV와 무인센서카메라 390여대를 설치하여 상시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울타리 감시와 멧돼지 이동경로 및 서식밀도 조사 등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야생멧돼지가 ASF 전파?… “동물생태학적 관점서는 또 다른 피해자”

이처럼 현재 정부 ASF 방역의 초점은 야생멧돼지 차단 및 관리에 맞춰져 있다. 국내에서 ASF의 최초 발병은 농가에서 시작됐으나 지난해 농장에서 14건이 발생한 이후로 더 이상 감염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는 반면, 야생멧돼지는 최근까지도 감염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ASF 발생의 원인을 야생멧돼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에도 농가 발병에 대한 분석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사무국장은 “정부 보고서는 멧돼지 ASF가 러시아와 중국을 거쳐서 북한을 통해 유입됐다고 결론 내렸다. 근거는 유전자형이 중국과 동일하고 접경지역에서 발견됐다는 것이 전부다. ASF는 아프리카 사하라 북부지역서 시작해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확산이 됐다. 멧돼지만으로 그렇게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할 수 없다”며 “분명 우리가 만든 교통망과 사람 간 교류가 큰 원인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돼지를 방목해서 키우는 러시아에서도 멧돼지가 집돼지에게 ASF를 옮긴 사례는 1.4%였고, 대부분 운송 및 오염된 사료 등이 원인이었다. 중국의 ASF 주요발생원인 조사결과에서도 차량 및 작업자를 통한 전파가 46%, 오염된 먹이가 34%, 감염된 돼지 및 부산물의 이동이 19%를 차지했다. 김 사무국장은 “국내에서도 농가 발생지점과 멧돼지 발생지점이 5㎞ 이내인 곳의 발생일자를 보면 집돼지 발병 이후 약 2주에서 한 달 후에 멧돼지 감염이 발생했다”면서 “멧돼지가 농장에 전염을 시켰는지 피해를 입은 건지 불확실한 상황서 멧돼지를 몰살하는 방식으로 ASF를 막겠다는 것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ASF처럼 야생동물 관련 전염병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만큼 야생동물질병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통제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환경부 ASF 전문가 자문단장인 전북대 조호성 수의과대 교수는 지난 4월 토론회를 통해 “ASF 장기화를 막기 위해 집돼지 전파 방지라는 현안은 적극 대처하면서 동시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조속히 출범해 질병 진단과 개체관리, 역학연구 및 백신 대책 수립 등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돼지 치사율 100%… 바이러스, 냉동육서 3년 생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은 감염되지 않는다. 동물 중에서도 멧돼지와 사육돼지만 감염된다. 감염률이 높은 편이며 한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감염되면 고열과 식욕부진, 호흡곤란, 구토, 피부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는 개발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번 감염될 경우 양돈농가 등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포획된 멧돼지의 모습. 연합뉴스

ASF가 공기 중으로 전파된 사례는 없다. 대부분 직간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감염이 이뤄진다. 바이러스가 감염동물 비강과 구강 분비물 모두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감염되거나 혈액, 폐사체, 내장 및 사체 폐기물, 배설물을 통해서도 전파가 이뤄진다.

 

특히 야생멧돼지는 가족집단 내 얼굴 비빔, 잠자리 및 먹이 공유 등의 행동을 하고, 번식기에는 수컷 간 경쟁이나 암수 간의 번식행동 과정에서 쉽게 접촉이 일어날 수 있다. 멧돼지가 감염된 폐사체의 냄새를 맡거나 주변 흙을 파헤치고, 폐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섭취해 감염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매우 길다. 살코기 및 분쇄육에서는 105일, 염장육에서는 182일, 건조육에서는 300일에 육박하며, 냉동육에서는 무려 1000일 동안도 생존한다. 분변에서는 약 11일, 오염된 돈사에서는 약 1개월 동안 발견된다.

 

사람이나 차량, 수렵 같은 활동 등 인간으로 인한 인위적인 전파 역시 ASF 확산의 주요한 원인이다. 감염된 고기나 유통과정, 음식, 축산가공품, 잔반 등에 의해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지난해 발간한 동물 생산과 건강 매뉴얼에 따르면 오염된 고기나, 가죽, 두개골, 송곳니 등의 부산물을 통해 사람이 바이러스를 장거리로 운반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집돼지 또는 멧돼지 어디에서 발생했든 상관없이 사람에 의한 전파는 동물 간 접촉보다도 훨씬 더 먼 거리까지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고, 또 예상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질병을 갑작스럽게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국제 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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