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할 순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의 ‘눈치싸움’이 본격화했다.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는 당초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하는 자리였지만 회의 직전까지 노사는 이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첫 겨루기’인 만큼 최대한 유리한 패를 쥐고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같은 눈치싸움은 최초 요구안이 실제 제시라기보단 ‘전초전’의 성격이 강한 데서 비롯한다. 최초 요구안이 높거나 낮을수록 최종 협상에서 ‘이만큼 양보했다’고 강조할 명분이 생겨서다. 반면 지나치게 높거나 낮다면 협상 진정성 측면에서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실제 노동계는 지난 5년간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원’ 이상을 적어 제출했지만, 이후 최종 제시안과의 격차는 1000원 이상 벌어지기 일쑤였다. 2016년도 최저임금 결정 심의에서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에서 79.2% 오른 1만원을 제시했지만, 최종 제시에선 1900원 하락한 8100원(45.2%)까지 내려갔다. 2018년도 최저임금 결정 심의에선 최초·최종 격차가 2470원(최초 1만원, 최종 7530원)까지 벌어졌다. 경영계는 동결 또는 삭감 기조를 유지한 탓에 노동계에 비해 격차가 작은 편이다.
최초 요구안은 노동계와 경영계 각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구안은 각 주체가 공동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경영계에선 동결안과 삭감안을 두고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다.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시간당 1만770원을 요구안으로 공개한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만원 이하’를 언급하며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
이날 노사는 요구안 대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며 회의를 시작했다.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하는 데 대해 노동계는 ‘결사 반대’, 경영계는 ‘필요’ 입장을 고수했다. 이동호 한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지,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반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상당히 감소했다. 지금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현행 최저임금법도 사업별로 구분해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 서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되받았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인 이날 “위원회의 일정이 이렇게까지 지연된 데 대해 큰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심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요청받은 날로부터 90일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날이 마지막 날이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5일인 만큼 이의신청 등 행정절차(약 20일)를 감안할 때 늦어도 오는 7월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줄잇는 ‘脫서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31/128/20251231513189.jpg
)
![[세계포럼] “여소야대 땐 또 계엄 할 건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31/128/20251231513168.jpg
)
![[세계타워] ‘합리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31/128/20251231513064.jpg
)
![[사이언스프리즘] 불과 말의 해, 병오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31/128/20251231513094.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