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퇴직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기술 보안 분야에서 총체적 허점을 드러냈다. 퇴직자들의 취업제한 기준도 허술하게 적용해 사실상 방산기술 유출을 방조했다는 감사 결과도 나왔다. 향후 책임자 처벌 등 강도 높은 조직개편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25일 지난 5월 초 ADD 퇴직자들의 기밀자료 유출 의혹이 불거진 뒤 한 달여간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내용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ADD 퇴직자 1079명과 재직자에 대한 휴대용 저장매체 사용기록을 전수 조사했다.
방사청 자체 감사 결과 ADD 내 기술자료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체계가 극도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술자료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검색대 및 보안요원을 운용하지 않아 휴대용 저장매체 및 출력물의 무단 반출이 용이했다. 얼굴 확인 없이 출입증을 통해서만 출입통제가 이뤄져 출입증 복제 시 외부인의 무단침입도 가능했다.
또 휴대용 저장매체는 비밀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내부 규정이 있었지만 비밀용 외에 운용된 일반 휴대용 저장매체가 무려 3635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일반휴대용 저장매체에는 보안 기능도 없어 연구소 밖 PC에서도 접속이 가능했다.

퇴직자 관리도 전반적으로 미흡했다. ADD 내부 보안규정상 보안관리 총괄부서에선 퇴직 예정자에 대한 보안점검을 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최근 3년간 이 같은 규정이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이날 발표에서 방사청은 정작 유출된 기밀 자료가 어느 정도인지, 빼돌린 기밀자료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방사청은 “현재 유출된 자료가 몇 건인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자들이 퇴직 전 빼돌린 기밀자료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아직 식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진·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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