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이 최전방에 재설치했던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겨우 이틀 만에 도로 철거한 것은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전면 보류하라’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즉각 이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한국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주민 결속과 강력한 대남 경고, 국제사회의 이목 집중 등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판단한 듯하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북한의 ‘의지’는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 부근 태평양에 이례적으로 항공모함 3척을 띄우는 등 군사적 압박에 나서자 이에 굴복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24일 “북한이 강원도 철원군 평화전망대 인근 최전방 일부 지역에서 재설치한 대남 확성기 10여개를 철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2일 최전방 지역 10여개 지점에서 2018년 4·27 판문점 공동 선언에 따라 철거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재설치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이로써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통한 문재인 대통령 비방과 공산주의 체제 선전 등 활동이 왕성해질 것으로 관측됐는데 이틀 만에 다시 철거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날 오전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 행동 보류’ 지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한국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삼아 한국에 대한 군사행동을 위협했다. 문 대통령 비방의 수위도 높였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강수’까지 뒀다. 이후 DMZ 내 감시초소 복원, 접경지대 군사훈련 재개, 대남전단(삐라) 살포, 대남 확성기 재설치 등 도발을 이어갈 듯하더니 돌연 ‘급제동’을 건 것이다.
이를 두고 최근의 남북 간 긴장 고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결속시키고 한국 정부를 향해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리는 한편 국제사회로부터 새삼 존재감을 인정받는 등 소기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는 자평에서 비롯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내렸다는 의미다.

미국이 한반도 부근 태평양에 이례적으로 항공모함 3척을 띄우는 등 군사적 압박에 나서자 이에 굴복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미 해군은 일본에 주둔 중인 제7함대 소속 ‘로널드 레이건’호 외에 ‘니미츠’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까지 핵추진 항모 3척을 한반도 인근 태평양 해상에 전격 투입, 북한의 목을 조르고 나선 상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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