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을 트위터에 적는 등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치를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트위터 측이 그의 특정 글이 운영원칙을 위반했다며 ‘숨김 처리’를 해 향후 신경전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계정에 “내가 대통령인 한 워싱턴 D.C.에는 결코 ‘자치구’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들이 그러려고 한다면, 심각한 물리력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전날(22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 세워진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뒤에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위대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플라자 인근 지역을 ‘블랙하우스 자치구’로 선포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20달러 지폐에 얼굴이 그려진 잭슨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아왔지만, 미국 땅에서 원주민을 내쫓은 역할 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앞서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경찰서를 점거하고 자치구역을 선포한 시위대를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일이 워싱턴 D.C.에서 벌어질 경우 선처 없이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도에서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위터는 해당 글을 숨김 처리 한 뒤, 그 글을 읽으려면 따로 ‘보기’를 누르도록 조치하면서 “이 트윗은 가학적인 행위에 관한 트위터의 운영원칙을 위반했다”고 안내했다.
트위터는 다만 “공익 측면에서 이 트윗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며 해당 글을 삭제하지는 않았다. 대신 ‘좋아요’ 누르기는 물론 답장과 공유, 리트윗 등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일반적으로 트위터는 운영원칙을 위반한 글을 삭제하지만, 선출직과 공무원의 행동과 진술을 알고 토론할 때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공익을 고려해 이들의 트윗은 예외로 지정해 기록을 남겨둔다고 부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글에 트위터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경고’를 부여했다.
지난달 트위터는 ‘우편투표는 선거 조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했으며, 며칠 후 인종차별 철폐 시위대를 겨냥해 시위대가 ‘약탈하면 발포한다’는 글에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트위터 운영원칙을 위반했다’며 경고 딱지를 붙였다. 지난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두 명의 아기 영상에 ‘조작됐다’는 경고를 달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SNS 업체가 이용자의 게시물을 임의로 고치거나 삭제하면 법적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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