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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책향기 묻어나는 길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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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1 08:00:00 수정 : 2020-06-18 13: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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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21코스 하도-종달 길

서늘한 봄이 오래가나 싶더니 어느새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육박한다. 숲이 더욱 울창해지는 모습은 이제 계절이 초여름의 문턱을 넘어섰음을 알린다. 때가 되면 바뀌는 자연의 섭리는 경이롭기만 하다. 길을 걷다 그늘이 시원한 느티나무 아래 앉아 책을 펼친다. 호수를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땀방울을 식혀주니 어느새 독서 삼매경에 푹 빠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라이프스타일이 ‘언택트’로 바뀌면서 혼자 사색하고 책 읽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한국관광공사 선정한 초여름에 걷기 좋은 길에서는 책 향기가 솔솔 묻어난다.

 

#제주 올레길 21코스 하도-종달 길

 

제주를 한 바퀴 도는 올레길은 21코스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서 막을 내린다. 세화해변을 마주한 구좌읍 하도리 해녀박물관에서 종달까지 이어지는데 제주 올레길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코스답게 제주도의 대표적인 매력을 한데 모아 이어놓은 것 같다. 곳곳에 독립서점이 있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첫번째 올레길로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길 중간 지점에서 찾을 수 있는 독립서점 ‘언제라도’는 옛 가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잘 살렸다. 특히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출판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21코스 종점 부근에서 만나는 ‘소심한책방’에는 책 진열 이유를 담은 안내문이 책장에 꽂혀 있어 주인장의 취향을 따라갈 수 있다. 길 곳곳에는 구매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야외 테이블, 정자, 카페 등이 마련돼 있다.

제주 독립서점 언제라도

올레길 21코스에 들어서면 제주의 전통 농업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밭담’을 가장 먼저 만난다.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무암 등을 사용해 쌓은 담이지만 운치 있는 올레길을 만들어 준다. 밭담 너머 펼쳐진 들판과 제주 동부의 오름 군락, 한라산의 실루엣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 별방진에도 올라보자. 하도항 바다, 가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자아내는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하도해수욕장을 지나 지미봉에 오르는 길은 이 길의 하이라이트. 제주 동부의 다채로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7월이면 만개하는 여름꽃 문주란과 수국도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21코스는 모두 11.3km로 제주해녀박물관~연대동산~별방진~해안도로 및 석다원~토끼섬~ 하도해수욕장~지미봉오르는길~지미봉 정상 ~종달바당을 따라 걷는다.

경의선숲길

#서울 마포 연남동 경의선숲길

 

2016년 경의선 기찻길이 숲길로 변신하면서 도시인들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하는 소중한 ‘허파’가 됐다. 경의선숲길은 모두 6.3km로 그중 서천교에서 서강대역으로 이어지는 약 2km의 연남동 경의선숲길이 젊은층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분위기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와인바들이 곳곳에 숨어 있고 걷다 지치면 연트럴파크의 벤치와 잔디에 앉아 경의선숲길이 선사하는 여유를 즐기면 된다.

리스본 서점

책 읽기와 사진찍기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보물찾기하는 듯한 개성 넘치는 책방 구경이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홍대입구역 6번 출구를 나서면 경의선 책거리가 시작된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책거리 역과 다양한 조형물, 9개의 테마로 꾸민 책 부스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홍대입구역 숲길 인근에는 개성 있는 독립서점이들이 이어진다. ‘서점 리스본 포르투’ 1, 2호점, ‘책방곱셈’, ‘그림책학교’, ‘헬로 인디북스’, ‘사이에’ 등에서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책을 만날 수 있다. 서강대역과 홍대입구역 6번 출구 근처는 연인들의 데이트 성지. 숲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카페가 많아 쉬어가기 좋다. 서천교~홍대입구역~경의선 책거리~서강대역으로 2km 정도 이어진다.

부산 독립서점

#부산 중구 갈맷길 03코스 02구간

 

갈맷길을 걷다 보면 책향기가 물씬 풍기는 독립서점 ‘주책공사’를 만난다. 커피 한잔 값으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 독립서적과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적절히 섞여 있어 편식하지 않게 된다. 서점 이름이 독특한데 작가들이 직접 남겨 놓은 메모들이 책 앞에 붙어 있다. 그들의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갈맷길은 부산의 대표적인 의류, 한복 도매시장인 부산진시장에서 시작해 산복도로를 따라 국제시장, 자갈치시장을 지나 영도까지 이어지는 16km의 긴 코스다. 중간중간 바뀌는 부산의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이 중 갈맷길 3코스 2구간은 부산 근현대 역사와 문화,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초입에서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부산진교회와 부산진일신여학교를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산복도로에는 예쁜 골목길이 이어진다. 캐릭터가 그려진 가게들이 즐비해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된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다양한 시장도 기다린다. 의류 도매시장인 부산진시장, 군것질거리 가득한 국제시장, 싱싱한 수산물이 넘치는 자갈치시장, 골목에 건어물의 향이 가득한 남포동건어물시장 등이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도개교인 부산의 명물 영도대교가 열리는 모습도 장관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의 초입인 영도 브릿지수변테마공원에서는 햇빛이 부서지는 반짝이는 물결을 즐길 수 있다. 바닷길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부산진시장~증산공원~초량성당~부산역~백산기념관~부산근대역사관~국제시장~자갈치시장~영도대교~남항대교를 따라간다.

용인민속촌너울길

#용인너울길 05코스 민속촌너울길

 

민속촌너울길은 천천히 걷는 평화로운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태공원인 ‘구갈레스피아’를 가로지르고 있어 눈이 편안해지는 녹색을 맘껏 즐길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민속촌입구삼거리에서 출발해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약 9km의 순환형 코스.

 

시작점인 민속촌입구삼거리에서 독립서점 ‘희재서사’와 ‘반달서림’을 만난다. 역사, 문화, 자연을 아우르는 민속촌너울길에는 조선 전기의 정자인 사은정, 한국의 전통미를 관람할 수 있는 한국민속촌, 백남준 아트센터 등 볼거리가 많다. 1코스는 민속촌입구삼거리~상갈주공아파트~백남준아트센터~구갈레스피아~지곡초교삼거리~사은정입구~민속촌입구삼거리, 2코스는 지곡초교삼거리~구갈레스피아~백남준아트센터~상갈주공아파트~민속촌입구삼거리로 구성됐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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