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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사라졌던 ‘전라감영’ 다시 태어나다

입력 : 2020-06-16 19:52:43 수정 : 2020-06-16 20: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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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사업 2년여 만에 결실 / 6·25때 소실… 104억 들여 복원 / 선화당 등 핵심 건물 6개 재현 / “한옥마을과 함께 원도심에 활기 / 亞 문화의 심장 터로 변모 기대”

16일 오후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인근 전라감영 복원 사업지. 시멘트 건물에 둘러싸인 도시 한복판에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들이 위용을 드러냈다. 원래 전라감영 내부 세 번째 출입문이었지만, 정문으로 새롭게 자리한 내삼문(內三門)을 활짝 열어젖히니 웅장한 선화당(宣化堂)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선화당은 조선시대 관찰사 집무실이자 전라감영의 핵심 건물로 높이 10.9m 팔작지붕 아래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로 재탄생했다. ‘임금의 덕을 베풂으로써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을 품은 편액은 일제강점기 때 촬영된 사진 글씨를 되살렸다.

선화당 옆으로는 관찰사가 민정과 풍속을 살피던 누각인 관풍각(觀風閣)이 자리했고, 뒤로는 부녀자들이 거처하는 관청의 안채인 내아(內衙)와 관찰사 휴식처인 연신당(燕申堂)이 들어섰다. 내삼문 좌측 끄트머리에는 비장 사무 지원을 위한 보조공간인 비장청(裨將廳) 행랑이 포진했다. 내삼문과 비장청 행랑은 단아한 맞배지붕으로, 나머지는 모두 크고 긴 추녀를 지닌 팔작지붕 형태를 갖췄다.

전북 전주시 중앙동 옛 전북도 청사 자리에 새롭게 복원된 전라감영 모습.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 최우중 학예연구사는 “전라감영 내 건물은 원래 30개에 달했으나, 복원작업은 핵심 건물 6개를 옛 모습으로 재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건물 배치 등이 비교적 상세히 남아 있는 고지도 등 문헌과 일제강점기 도면, 사진 자료 등을 참고로 2005년, 2016년 두 차례 발굴 조사를 거쳐 건물 위치와 형태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전라감영 복원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 최기영(77) 대목장과 무형문화재 제121호 이금복(70) 번와장 등 6개 공종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최 대목장은 “건물 복원에는 금강산 줄기인 강원도 양양 정족산 해발 900m에서 자라 육송 중 최고로 꼽히는 황장목 30만재(1재=12자)를 사용했다”며 “최대한 원형을 되살리기 위해 간편한 현대 장비 대신 톱과 대패, 끌 등 연장을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선화당 복원에 사용한 목재는 대들보(대경목) 4개, 기둥 37개 등 수령 100년 이상 된 소나무만 40개 이상 들어갔다. 지붕을 떠받치는 서까래와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창방 등을 합하면 족히 200개 이상 소요됐다. 대형 트레일러 20대 분량이다. 건물 기초이자 거대 기둥을 떠받치는 주춧돌은 일찌기 익산미륵사지석탑 재료로 활용됐던 익산 황등석을 썼다. 무게 0.6t 남짓한 돌을 석공들이 정과 망치로 2∼3개월 동안 쪼고 다듬었다. 기와와 온돌, 미장, 창호 등도 공종별로 5∼6명의 기능인들이 손을 모아 빚어낸 작품이다.

전라감영은 전주부성의 핵심 관청으로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라도와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56개 군·현을 관할하던 지방통치행정기구였다.

이곳에서는 전주한지를 이용한 완판본(完板本) 고소설 70여종을 간행해 조선 인쇄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단옷날 임금께 진상하는 최고의 부채를 만드는 선자청(扇子廳) 등을 뒀고, 판소리 최고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를 열어 오늘날 전주가 소리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는 토대가 됐다. 또 1894년 동학농민혁명 과정에서 봉기한 농민군이 전라관찰사와 담판을 짓고 폐정개혁을 담당하는 집강소의 중심기구인 대도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전라감영 복원 재창조위원인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전라감영은 조선 건국자였던 태조의 본향인 전주에 자리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유일하게 한자리에 있었고 규모와 건물 크기가 가장 커 조선 감영을 대표하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소실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동안 이 터에 자리했던 전북도청과 전북경찰청사가 옮겨진 뒤 전주시는 2017년 11월 104억원을 들여 전라감영 복원에 나섰고 마무리 단계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라감영 복원을 계기로 한옥마을 등 (전주의) 옛 도심이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아시아 문화의 심장 터’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주=글·사진 김동욱 기자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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