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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육사 졸업식에서 흑백 통합 행보 ‘눈길’

입력 : 2020-06-14 23:00:00 수정 : 2020-06-15 08: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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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흑백 구분 없이 한 부대 이뤄 싸운 6·25전쟁 거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6·25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을 지낸 매튜 리지웨이(1895∼1993) 장군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6·25전쟁은 그 전까지 백인과 흑인이 따로따로 부대를 구성해 싸웠던 미군이 사상 처음으로 인종 구분 없이 부대를 꾸려 싸운 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육사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오른쪽)로부터 기념품으로 칼을 선물받고 있다. 가운데는 대릴 윌리엄스 육사 교장.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 점을 들어 인종차별 반대시위로 몸살을 앓는 미국 사회에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웨스트포인트 육사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미 육군이 흑백 인종의 분리(segregation)라는 끔찍한 부조리를 끝장낸 것은 전설적인 매튜 리지웨이 장군을 비롯한 육사 졸업생들의 리더십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1941∼1945)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극심했다. 흑인은 백인과 어울려 한 부대원이 될 수 없었고 오직 흑인으로만 구성된 부대에 배치됐다. 흑인 전투기 조종사만으로 짜여진 일명 ‘터스키키 공군 부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1945년 4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망한 뒤 부통령으로서 그를 승계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미군에 인종차별이 있었선 안 된다’고 여겼다. 실은 2차대전에서 흑인들이 세운 전공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트루먼 대통령은 1948년 7월 병영 내부에서 흑인 차별을 철폐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군 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그 뒤 1950년 한국에서 터진 6·25전쟁은 미군 역사상 ‘흑백 통합으로 치른 첫번째 전쟁’으로 기록됐다. 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연인원 10만명 이상의 흑인 장병이 참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육사 졸업식에서 대릴 윌리엄스 육사 교장(오른쪽)과 함께 졸업생의 경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오랜 흑백 차별의 전통이 단시간 내에 없어졌을 리 만무하다. 6·25전쟁 초반 미군에는 여전히 흑인으로만 구성된 부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1951년 4월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 후임으로 유엔군사령관이 된 매튜 리지웨이 대장은 미 행정부 방침대로 흑백 통합 부대 구성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지웨이 장군이 6·25전쟁 당시 미 육군의 흑백 분리 악습을 없애고자 애쓴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육사 졸업식은 인종차별 반대시위로 몸살을 앓는 현실을 감안한 듯 흑인에 대한 ‘배려’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마침 육사 교장인 대릴 윌리엄스 중장은 웨스트포인트 역사상 첫 흑인 교장인데 바로 이 점을 부각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윌리엄스 교장과 나란히 선 모습을 유난히 자주 연출했다.

 

이날 졸업한 육사 생도들을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념품으로 칼을 선물한 졸업생도 흑인이었다. 이를 두고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흑인을 포용하는 이미지를 선보이고자 일부러 흑인 생도를 대표로 뽑은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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