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영장 전담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며 “그러나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영장기각 이유에 대해 검찰과 삼성 변호인 측은 완전히 상반되는 해석을 내놨다. 필자가 봐도 다의적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기각 이유로 보였다. 그만큼 세 문단으로 된 기각 이유가 참 어려웠다. 많은 법률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해석은 저마다 달랐다. 법문에도 없는 ‘기본적 사실관계 소명’은 뭘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구속영장의 발부 혹은 기각 역시 하나의 재판이다. 재판의 결과는 당사자를 설득시켜야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재판 결과를 이끌어 내는 이유가 불명확하면 당사자를 설득할 수 없고, 국민이 납득할 수도 없다. 오해 소지만 불러일으킨다.
앞서 대법원은 ‘2006모646결정’을 통해 “심급제도를 통해 불복을 허용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한다”고 했다. 따라서 한번 기각된 영장은 그 자체로 종국적이고 완결적인 재판이 된다. 그러므로 구속영장 청구 당사자인 검찰의 입장에서는 재청구할 것인지, 아니면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 부회장 사건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판단도 남아 있다.
영장의 발부 요건은 형사소송법 70조에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다.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당위 명제이다. 영장 내용을 심사해 왜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안 되었는지 혹은 어떠한 대목에서 범죄 성부에 다툼이 있는지 이유를 명확히 설시하고 기각하면 된다.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까지 심리할 필요는 없다.
다음으로 피의자의 범죄 사실이 소명되었다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해 ‘주거 부정’, ‘증거 인멸’, ‘도망 우려’ 여부를 검토해 판단하면 된다.
법원은 ‘구속 필요성’과 ‘구속 상당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필요성은 어느 정도 뜻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성은 아무리 봐도 막연하다. 특히 구속 필요성에서 범죄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증거 인멸, 도망 우려를 판단했다면 그 이외에 구속 상당성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구속영장 기각 이유로 종종 일본식 표현인 ‘∼라고 함이 상당하다’는 표현도 등장하는데, 무엇이 상당하다는 것인지 너무 막연하다. 또 저 높은 곳에서 내려보는 느낌이라 불편하기도 하다. 범죄가 소명되고, 구속 필요성이 인정됐는데, 구속 상당성을 왜 다시 살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처럼 요즘 내려지는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형사소송법 70조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다만 영장 전담판사가 사건의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의도로는 읽힌다.
이번 사건처럼 세상 이목을 집중시키고, 복잡할수록 법원의 판단 결과는 알기 쉽고, 명확해야 한다. 첨예한 대립 탓에 판단을 구했는데 그 결과를 전달하는 내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고, 다의적이면 오히려 혼란만 더 생긴다. 오로지 법문에 있는 단어로 구속영장 기각 혹은 발부 이유를 설명해주면 좋겠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