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에 멍에를 씌우는 ‘악성 규제’ 입법이 봇물을 이룬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과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나같이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규제 법안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일반 이사와 분리해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비상장회사는 주식의 100분의 1, 상장회사는 1만분의 1 이상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모두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들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갈라파고스 규제’다.
부작용이 속출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가령 2%대 지분을 가진 헤지펀드 두세 곳이 뭉쳐 감사위원을 세우면 기업 내부의 기밀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해당 기업은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다중대표소송제와 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는 기업을 ‘소송의 늪’에 빠뜨릴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경영혁신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소송으로 날밤을 새우게 생겼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강성 노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도 자명하다. 법외노조인 전교조는 합법화된다.
경제단체와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규제”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거대 여당은 강행할 태세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어제 ‘공정경제 법안’ 입법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국 기업의 유턴(리쇼어링)을 위한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 “올 하반기에 5조8000억원 규모의 기업 민간투자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그런 말은 모두 입발림이었던가. ‘악성 규제’를 쏟아내면서 경제를 어찌 살리겠다는 것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6.0%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평등경제’를 외치며 악성 규제를 쏟아낼 때가 아니다. 기업이 ‘규제 멍에’에 끌려다니면 우리 경제는 앞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정부는 반(反)기업 규제 양산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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