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서 일어나는 ‘성 착취물’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단체대화방에 초대하고, 대화를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일반인들의 사진을 변형해 성 착취 게시물을 만드는 이른바 ‘지인능욕’은 피해자에 커다란 물질적 정신적 상처를 주고, 은밀하게 사방에서 일어나며, 범죄자를 잡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10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는 ‘일상 속의 N번방’으로 불리는 ‘지인능욕’ 실태를 공개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어느날 모르는 이에게 수상한 링크를 받았다. 링크에 연결된 소셜 미디어 계정에는 나체 사진이 게재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기 전에는 정말 A씨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고, 사진과 함께 입에 담기 힘든 성적 모욕이 담긴 글이 적혀 있었다.
사진에는 A씨의 실명과 다니는 학교 등 신상정보가 그대로 공개돼 있었고, 그는 불특정 다수 남성에게 음란 메시지를 받는 등 2차 피해를 겪었다.
A씨가 접한 소셜미디어 계정은 ‘지인 능욕 박제’였다. 일반인 사진을 소재로 만들어진 성 착취물을 ‘지인능욕’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제작진이 만난 한 여성은 “N번방 게시물을 추적하는 사람”이라며 “해당 계정의 피해자가 35만명에 이른다”고 제보했다.
계정은 삭제됐지만, A씨는 낯익은 사람들의 사진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고교시절 미술반 입시를 함께 준비한 반 친구 17명의 증명사진으로 공통점을 찾아 용의자를 좁혀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다정하고 평범한 모습을 보여온 친구 B씨가 범인임이 밝혀졌다.
범인을 밝혀내도 처벌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음란물과 사진을 직접 합성하지 않은 이상 성범죄 처벌 요건이 되지 않는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됐지만,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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