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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자원 부국서 산업 부국 변신 모색… 중요 경협 파트너 부상 [한국경제, 신남방에서 길 찾다]

관련이슈 한국경제, 신남방에서 길 찾다

입력 : 2020-06-03 03:00:00 수정 : 2020-06-02 19: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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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풍부하지만 산업 기초 허약 / 제주도 3배 면적… 원유·가스가 경제 근간 / 광공업·서비스업 이외 산업은 기반 없어 / 1인 GDP 세계 10위권·산업 다양화 목표 / ‘브루나이 비전 2035’ 앞세워 도약 타진 / 브루나이 자원+한국 기술·인재 결합 / 템부롱 대교 건설 계기 산업화 박차 기대 / 양국, 투자·핀테크·국방까지 교류 확장 / 우선 가스전 탐사∼판매 전과정 협력 모색 / KIEP “정부 나서 우리 기업 진출 도와야”

브루나이에서는 지난해 11월 바다를 가로지르는 30㎞ 길이의 해상교 ‘템부롱 대교’가 준공됐다. 브루나이만을 사이에 두고 동서(東西)로 갈라진 무아라 지역과 템부롱 지역을 연결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 다리의 건설로 기존에는 차량으로 3∼4시간이 필요했던 거리가 20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무아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템부롱의 주민들은 다리 연결로 이 지역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 무아라 지역에서 바라본 템부롱대교 전경. 대림산업 제공

총 사업비 2조원이 투입된 이 다리의 핵심 구간은 대림산업이 수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동남아 순방 일정 중 브루나이의 템부롱 대교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국 건설업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신남방 지역 건설 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이 기술로 승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동남아의 작은 이슬람국가 브루나이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국가다. 양국 간 교역이 작은 데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관광산업이 발전하지 않아 왕래도 뜸한 탓이다. 그러나 브루나이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최근에는 산업을 다각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도 늘면서 신남방 정책의 중요한 파트너로 재조명되고 있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브루나이

제주도 세배 남짓한 면적을 가진 브루나이는 작지만 풍부한 자원을 가졌다.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는 브루나이 경제의 근간이다. 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브루나이 정상회담 의미와 신남방정책 협력과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브루나이의 주요 수출품목 중 광물성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달한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덕에 브루나이의 1인당 GDP는 2만8000달러 수준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흐름이 견조했던 2011년에는 1인당 GDP가 3만4000달러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자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국가 경제가 국제 에너지 가격의 흐름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산업별 GDP에서 광공업(59%)과 서비스업(40%)을 제외하면 다른 산업이 토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식량안보의 척도인 농림수산업도 1% 수준에 그쳤다.

한국은 브루나이와 1984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꾸준한 경제협력 관계를 이어왔지만, 브루나이의 광물자원을 수입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대(對)브루나이 교역액은 2018년 기준 6억7000만달러로 전체 교역액의 0.06%에 그쳤다.

◆양국 경제협력 통한 상생 모색

브루나이 정부는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을 다양화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 핵심기치로 내건 것이 ‘브루나이 비전 2035’이다. 브루나이 정부는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세계 10위권으로 향상시키고 교육수준을 끌어올려 인재를 육성하는 것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5개년계획도 발표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와 기술을 가진 한국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브루나이의 협력은 막대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 3개국 순방의 첫 일정으로 브루나이를 찾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자원교류를 넘어 투자 및 인프라 개발, LNG 밸류체인(가치사슬), 과학기술, 핀테크, 지식재산권, 국방분야 등으로 확장하는 데 협력했다. 문 대통령은 브루나이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한국을 찾은 당시 “1984년 수교 이래 오랜 우방국으로서 우의를 나누어 온 양국이 이번 국왕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 차원 더 격상된 중요한 파트너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3월 11일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의 왕궁 ‘이스타나 누룰 이만’에서 하사날 볼키아 국왕과 과학기술과 투자 협력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뉴시스

◆건설 및 자원 밸류체인 협력

템부롱 대교는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루나이는 템부롱 대교 건설을 계기로 템부롱 지역의 산업화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브루나이에서만 50여건의 건설사업을 수주한 만큼 추후 인프라 구축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까지 양국 경제교류의 핵심이었던 원유와 천연가스도 단순히 수출입하는 것을 넘어 가스전 탐사, 생산, 액화, 수송,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밸류체인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갖춘 만큼 진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브루나이 시장 진출은 우리 정부와 기업만 눈여겨보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2007년부터 브루나이 LNG 생산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등 LNG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브루나이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설립 투자에 나선 바 있다. KIEP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에너지 자원 및 에너지 수송 해상교통로 확보와 더불어 같은 이슬람문화권인 주변 시장으로의 진출을 고려해 브루나이 정부와 정기적인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우리 기업의 진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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