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결제원은 공인인증서비스를 제공하며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 등 전자금융거래 발전에 기여했으나 시장의 발전 속도와 규제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고객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공인인증서를 서비스해온 금융결제원은 21일 고개를 숙였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공인·사설인증서의 구분을 없애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그간 소비자가 겪은 불편함에 공감을 표했다. 개정안 통과로 ‘공인’이라는 우월적 지위가 사라짐에 따라 인증서를 둘러싼 시장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결제원도 인증서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자동 갱신되도록 하는 등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공인인증서에서 ‘공인’의 개념이 사라진다.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과 함께 등장한 공인인증서의 시대가 20여년 만에 막을 내리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금융결제원, 코스콤,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한국무역정보통신 5개 기관이 발급하는 인증서가 공인인증서로서 지위를 가졌다.
이미 몇 해 전 공인인증서 강제 사용 규정이 폐지됐기 때문에 ‘공인’의 개념이 빠져도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다. 카카오 등을 비롯한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인증서 제도와 다른 별도의 보안·인증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인증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은행연합회가 회원사들과 2018년 만든 뱅크사인도 존재한다. 뱅크사인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금융결제원 등 5개 기관에서 발급한 기존 공인인증서를 쓰고 있는 사용자는 앞으로도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공인인증서를 문제 없이 쓸 수 있다. 단, 인증서를 갱신할 경우 명칭이 공인인증서에서 ‘금융결제원 인증서(가칭)’ 등으로 바뀐다.
공인인증서 서비스를 제공해 오던 금융결제원은 고객이 안전하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인증서비스를 은행과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은행별로 복잡하고 상이했던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증서 유효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일일이 갱신해 줘야 했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자동갱신도 가능하도록 한다. 비밀번호는 지문, 안면인식, 홍채인식, 패턴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이동식 디스크 등에 보관하던 인증서를 금융결제원 클라우드에 보관함으로써 앞으로 인증서를 일일이 이동하고 복사할 필요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인증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에 부합하는 금융인증센터로의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국민의 편의를 제고하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언택트 산업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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