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에서 황당한 사고가 또 일어났다. 14일 경기 파주시 한 육군 부대에서 4.2인치(107㎜) 박격포 사격훈련 도중 포탄이 1㎞가량 빗나가 인근 야산에 떨어졌다. 4.2인치 박격포는 육군이 운용하는 박격포 가운데 가장 파괴력이 강한 무기로, 살상 반경이 최대 40m에 이른다. 포탄이 민가에 떨어졌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군이 사고 후 닷새가 지나도록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까지 일고 있다. 13일에는 경기도 김포의 해병부대에서 KR-6 기관총 정비 도중 1발이 격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군 기강이 땅에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사고가 잇따른다. 대응사격 불발, 성추행, 회식 금지 지침 위반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3일 우리 군이 북한군의 감시초소(GP) 총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K-6 기관총 공이 파손으로 격발이 이뤄지지 않은 게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4월엔 전남 담양군 한 골프장에서 캐디가 인근 부대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5.56㎜ 탄환 탄두에 맞은 일도 있었다. 경기도 한 육군 부대 소속 소령은 지난달 회식 도중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보직 해임됐다. 경기도 지역 지휘관인 한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외출·회식이 금지됐던 지난 2~3월 다섯 차례나 간부들과 음주를 겸한 식사를 해 전보 조치됐다.
군은 사고가 날 때마다 군기 확립과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모든 지휘관은 법과 규정에 따라 부대를 지휘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지휘서신을 올 들어 여러 차례 내려보냈지만 군기 문란이 끊이지 않는다. 엄중한 처벌과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 지휘부가 책임지는 자세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식으론 군기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정부의 대북 저자세도 군 기강 해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북한을 의식해 첨단무기 도입 사실을 쉬쉬하고 군사훈련을 흐지부지하려는 태도가 문제다. 어제 실시하려던 육·해·공군 합동화력훈련을 날씨를 이유로 연기한 것을 두고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군은 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전력과 안보태세를 점검해야 일사불란한 군기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요 훈련이 줄줄이 폐지·축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정부는 훈련 없이 느슨해진 군 분위기가 군기 문란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군이 흔들리면 우리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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