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증대상]
“마스크 해외지원 때문에 국내 공적마스크 가격 안 내려간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생산 마스크의 인도적 목적 해외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약 70개국이 우리 정부에 마스크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크고 의료·방역 여건이 취약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상 자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해외공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조달청이 보유하고 있는 공적마스크 재고물량을 정부에 구매해 지원한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 미국에 마스크 200만 장이 지원됐다.
정작 국민들 사이에선 공적마스크 가격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마스크 해외지원 관련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을 보면 이런 내용이 대다수다. “마스크가 남아돌면 가격이나 낮춰라”, “국민에게 마스크 가격을 우선적으로 내려달라”는 등의 내용이다. 최근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공적마스크 가격 인하 요구가 나오던 상황에 논란이 더욱 커진 것이다.
공적마스크 해외지원이 국내 공적마스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일까. 12일 세계일보가 확인한 결과 이런 우려는 ‘사실 아님’으로 판정됐다.


[검증과정]
◆ 공적마스크 가격 안 내려가는 이유, 마스크 ‘생산량 유지’ 방침 때문
현재 공적마스크 가격은 1500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50%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는 생산량 급증으로 함께 오른 물류비와 인상비가 포함돼 있다.
지난 3월 조달청은 공적마스크 가격구조에 관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공적마스크 유통업체인 지오영과 백제약품의 매일 밤샘 배송과 작업 등에 따른 물류비, 인건비 인상분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적 물량의 신속한 유통배분을 위해 사실상 24시간 유통체인이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공적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됐으므로 공급량을 조절해 가격을 인하해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마스크 절반이 재고로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4월 4주차 주간 마스크 공급량은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을 합쳐 8652만장이었던 반면 소비량은 4850만장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생산량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수가 일일 10명 내외로 줄어들었던 지난달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고, 의료기관 필수 공급량까지 고려하면 생산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론 특정 상품의 소비보다 공급이 많으면 생산량을 줄이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공적마스크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언제 다시 소비량이 늘어날지 모른다. 정부는 여분 비축을 위해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 방침을 바꾸기 전까진 공적마스크 가격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식약처는 이에 관해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관련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 마스크 해외지원이 공적마스크 가격에 영향 미치나…식약처 “관계없다”
정부의 마스크 해외지원 확대 발표에 공적마스크 가격에 관한 불만이 불거져 나온 건 ‘재고 소진’ 우려에서다.
마스크 해외지원은 현재 조달청이 보유하고 있는 공적마스크 재고물량을 정부가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고에 여유가 있어야 가격 인하도 고려할 수 있는데 해외지원으로 이를 낭비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식약처 관계자는 1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는 전 세계적 문제라 지원할 여력이 있다면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러나 해외지원도 국내 안정적 수급이 우선이기 때문에 가격 조정과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마스크 수급 현황과 비상물량 확보계획 이행수준에 따라 해외공급 허용범위를 조정할 계획이다. 공적마스크 생산량을 유지하는 선에서 여유분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해외에 지급한다는 얘기다.
[검증결과]
공적마스크 가격 인하 여부는 ‘생산량’이 쟁점이다. 수급 상황 안정화와는 큰 관계가 없다. 정부는 지난 3월 약국 앞에 줄을 서 마스크를 사야하는 등 ‘마스크 대란’을 겪은 이후 꾸준히 마스크 생산업체들의 생산량 증대를 장려해오고 있다. 이는 언제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달라져 마스크 소비량이 늘어날지 속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이번 마스크 해외지원 방침이 없었더라도 마스크 생산량은 큰 변동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마스크 해외지원으로 인해 공적마스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사실 아님’으로 판정됐다.
박혜원 인턴기자 won0154@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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