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집 소식을 듣고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데, 수익 일부를 기부한다는 걸 보고 고민하지 않았어요.” (김보람·22)
“구단 페이스북을 늘 지켜보는데, 기부도 하고 좋은 취지라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한동수·38)
“제가 시즌권을 갖고 있거든요. 구단에서 수익 일부를 기부한다고 해서 모집 공지가 뜨자마자 바로 신청했죠.” (임수현·25)
프로야구 NC다이노스의 ‘소환 응원단 프로젝트’에 당첨된 팬들은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참여 계기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경기를 치르면서, 마음만은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아 구단이 팬들에게 사진과 응원문구를 받아 관중석에 입간판을 세우는 이벤트다.
입간판은 8∼10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의 홈경기 3연전에 설치되며, 평소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구단인 만큼 프로젝트 소식에 일찌감치 신청도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앞서 소개한 팬들의 사연과 선수들에게 보내는 응원 등을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했다. 이번 인터뷰는 시국과 물리적 거리 등을 고려해 이메일과 전화통화로 진행했다.

◆ 김보람씨 “개막전을 봐도 연습경기 같은…가을에는 가장 높은 곳에 같이 올라가요!”
경기를 보는 내내 분 단위로 기분이 변하는 것 같아요. 좋다가도 화가 나고, 왜 내가 이렇게 야구에 매달릴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팀 팬이 우리 팀에게 뭐라고 하는 건 참을 수 없더라고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까도 내가 깐다!’
지난해 5월과 지금을 비교하면 NC다이노스의 경기를 직관(직접 관람)할 수 없다는 가장 큰 차이가 있죠. 경기장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어린이날 개막전을 보는데, 텅 빈 관중석을 보니, 연습경기 같았고, 그래서인지 야구가 개막했다는 것도 실감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주변의 다른 야구팀 팬들과 소통하는 분위기나 온도는 지난해와 다른 게 없어서, 경기 볼 때 느끼는 롤러코스터 같은 제 감정의 변화는 변함없는 거 같아요.
2011년 창단 후, 재작년(2018년)만 제외하면 늘 좋은 성적을 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이번에는 나성범 선수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가을에는 가장 높은 곳에 우리가 같이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한동수씨 “NC다이노스는 제 삶의 활력소…부상 없이 시즌의 마지막을 즐깁시다”
창단 무렵에는 제가 해외출장이 잦아서, 제대로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네요. 이벤트에 저와 아들, 조카까지 총 3명이 참여했습니다. 모두 당첨됐어요. 한 사람 앞에 두 자리씩 구매했으니, 총 여섯 자리에 저희와 선수들의 사진 입간판이 들어가겠군요! 사진 선택할 때도 고민했습니다. 일단 웃는 사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너무 요란한 포즈보다는 직접 관중석에 앉아 경기 본다는 느낌으로 ‘약간의 웃음’이 들어간 사진을 골랐습니다.
NC다이노스는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원정경기 때는 집에서 맥주 한 잔 하며 지켜보고, 홈경기에는 경기장을 찾아가 뒤풀이도 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거든요. 특히 제가 창원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고향팀이라는 생각에 더욱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넓은 그라운드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경기장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의 글러브에 들어갈 때 소리, 팬들의 응원, 타자의 타격 시 들리는 소리 등은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 경기장을 찾게 되네요.
모든 선수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 마지막의 순간을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마지막’이 우승이라면 더욱 좋겠죠. 아직 아들이 어리지만, 기회가 된다면 경기장에도 자주 데려가고 싶네요.

◆ 임수현씨 “시즌권자 어머니와 함께 이벤트 참여…한국시리즈 올라갈 거 같아요”
오늘(8일) 제 입간판이 관중석에 놓인다니 무척 설레요. 사진은 구단 측에서 선명한 게 좋다고 하셔서 그에 맞는 괜찮은 사진으로 골랐어요.
저희 어머니께서 시즌권을 갖고 계세요. 원래는 롯데 자이언츠 팬이셨는데, NC다이노스가 창단하면서 이쪽으로 오셨어요. 예전부터 어머니를 따라 경기장에 가고 싶었는데, 그때는 취직 전이어서 참고 있다가 지난해 취직하고서 시즌권을 사 어머니와 함께 경기를 보고 있어요. 참, 저희 어머니께서도 이벤트에 당첨이 되셔서 모녀가 함께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승리를 얻기 위한 두 팀의 경쟁 속에서 느껴지는 짜릿함과 즐거움이 제 삶을 더 건강하게 변화시켜주는 것 같아요. 그동안 조금은 단조로운 삶을 살아왔거든요. 야구팬의 생활에서 앞으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아요!
경기를 집에서 본다는 게 직관했던 지난해와의 가장 큰 차이예요. 비록 경기장에 있을 때보다 재미 등은 조금 덜해도, 시즌이 개막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장은 늘 생동감으로 넘치죠. 지난해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NC파크가 전 경기장과 비교하면, 시야도 좋거든요. ”와아“하는 감탄에 설레고 들뜨는 다른 팬들의 표정도 기억나요.
올해는 NC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경기장에 앉아있을 것 같아요. 사실 지난해에 우승할 줄 알았거든요. 이번에는 더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올해 팀 캐치프레이즈가 ‘스트롱, 투게더(STRONG, TOGETHER)’인데, 모두 함께 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가 와닿더라고요. 타선도 완벽하게 구축된 것 같고, 투수들도 좋은 선수들이 많아 올해는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창원=영상·사진 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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