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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수천억원 정·관계 로비설… ‘게이트’로 비화하나 [뉴스 인사이드]

입력 : 2020-05-05 08:00:00 수정 : 2020-05-05 08: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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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사태’ 핵심 잇달아 검거… 수사 변곡점 / 전 청와대 행정관 혼자 사태 무마 의구심 / 김봉현 회장 “어마무시하게 로비” 녹취록 / 검찰, 정·관계 인사 연루 가능성 열어두되 / 현재로는 대규모 금융사기에 수사 초점 / 라임자산, 7년 만에 운용자산 6조로 1위 / 작년 수익률 조작 의혹… 당국 두 차례 검사 / 환매 봇물… 4000여명 1조6000여억 피해 / 일부 펀드 잔고 반토막… 전액 손실 발생도

 

한때 자산운용 규모가 6조원에 달했던 국내 1위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은 순식간에 금융범죄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불릴 만큼 몰락했다. 최근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들이 잇달아 검거되면서 사정당국의 수사가 변곡점을 맞았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검은돈’의 행방이 밝혀질지, 이 돈이 정말 ‘정·관계’ 로비에 쓰인 사실이 드러나 ‘라임 게이트’로 비화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1위 헤지펀드사는 어쩌다 사기의 대명사가 됐나

2012년 투자자문사로 출발한 라임자산은 사모펀드의 문턱이 대폭 낮아진 2015년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했다. 사모펀드는 최소 투자규모가 1억원부터 시작하는데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높은 수익률로 입소문을 타면서 라임자산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설립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7월 23일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6조2107원을 넘어서며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혜성처럼 등장해 업계 1위가 된 라임자산에 대한 부실투자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때쯤이다. 라임자산이 펀드 수익률을 ‘돌려막기’했다는 의혹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 설정한 펀드 자금으로 만기됐거나 중도 상환 요청이 들어온 기존 펀드의 자산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또 부실기업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며 부실투자를 해왔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상징후를 포착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수익률 조작 의혹 등에 대한 검사에 나섰다. 이 같은 소식에 불안감이 커진 펀드 투자자의 환매 요청이 이어졌고, 라임자산은 결국 같은 해 10월 플루토·테티스·무역금융펀드와 여기에 투자한 157개 자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발표했다. 올해 1월 추가로 환매 중단된 크레디트인슈어펀드까지 포함하면 모펀드 4개, 자펀드 173개에서 총 1조6679억원이 환매 중단됐고 피해자는 4000여명에 달한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해 검찰 관계자가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묶인 자금 가운데 일부 펀드는 이미 잔고가 반토막난 상태이고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펀드도 있다. 지난 2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따르면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펀드 등의 회수율은 50~70%대로 추정되고, ‘플루토 TF-1호’ 펀드의 경우 전액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 사태를 만든 주연들

이번 사태의 ‘키맨’은 이종필(42·구속) 전 라임자산 부사장이다.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이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할 당시인 2015년 라임자산에 합류했다. 이 전 부사장은 당시 언론사들이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될 만큼 증권계 애널리스트로서 이름을 날리던 때였다.

라임자산운용 이종필 당시 부사장 모습. 연합뉴스

이 전 부사장의 합류 이후 라임자산의 운용자산은 급증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 기업의 CB와 BW 등에 투자하는 고위험·고수익 펀드를 만들었고, 증권사들은 라임자산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투자회사의 주식·CB·BW 등을 대신 매입해 주는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했다. 하나의 모펀드에 수백개의 자펀드를 묶어 TRS 계약을 맺는 방식도 그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은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하게 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라임을 살릴 회장’으로 불린 라임자산의 전주(錢主) 김봉현(46·구속)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이 전 부사장과 김 회장은 지난해 초 경영권 분쟁이 생긴 수원여객에 대한 지분 탈취를 시도할 때부터 본격적인 ‘동업’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2018년 라임자산은 경기도 시내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을 인수하려는 한 사모펀드 운용사에 자금을 빌려주며 이 전 부사장의 지인인 김모(42·잠적)씨를 수원여객 재무담당 임원(전무)으로 임명하게 했다. 이후 라임자산이 이 운용사에게서 수원여객 지분을 빼앗아오려던 시도는 실패했지만, 미리 심어둔 김씨를 통해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을 김 회장 소유의 회사로 빼돌렸다. 김 회장은 당시 30억여원을 이 전 부사장에게 계약금 명목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렇게 횡령한 자금으로 본격적인 기업사냥에 나섰다. 수원여객에서 횡령한 자금 중 일부는 지난해 4월 스타모빌리티(당시 인터불스)를 인수하는 데 사용됐고, 그 직후 라임자산으로부터 400억원가량이 이 회사에 투입됐다. 스타모빌리티 측은 지난달 검찰에 김 회장이 회삿돈 517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하기도 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뇌물 수수 혐의 등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맨 앞)이 지난달 18일 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 회장은 이 전 부사장에게 자신의 고향 친구인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46·구속) 전 청와대 행정관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서 라임자산 사태를 무마했다고 언급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청와대 근무 당시 라임자산에 대한 당국의 검사 정보를 빼돌려 김 회장에게 전달하고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최근 구속됐다.

또다른 ‘김 회장’도 라임자산 사태의 주연으로 꼽힌다. 부동산 시행사 메트로폴리탄의 실소유주 김모(47·잠적) 회장은 횡령 의심 금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 돈은 라임자산으로부터 투자받은 2500억~3000억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이를 통해 라임자산의 부실펀드를 막는 데 다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라임자산으로부터 수백~수천억원대의 투자를 받고 라임자산 펀드의 수익률을 조작해 준 의혹을 받고 있는 회장들을 검찰이 추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 에스모의 이모(53·잠적) 회장은 약 2400억원을,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김모(54·잠적) 회장은 500억원가량을 라임자산으로부터 끌어왔다.

◆‘윗선’ 개입 의혹 밝혀질까

수사당국이 최근 잇달아 주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이번 라임자산 사태의 진상이 어디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특히 라임자산이 환매 중단을 밝힌 지난해부터 불거진 정·관계 인사 개입설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근무한 김 전 행정관이 관련 문서를 유출하는 등 단독으로 라임자산 사태를 무마할 수 있었겠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감찰을 벌였지만,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김봉현 회장이 지인들에게 “어마무시하게 로비를 벌였다”고 말한 녹취록에서 보듯 라임자산 측이 전방위적 정·관계 인맥을 구축하려고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정·관계 연루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되 현 단계에서는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금융사기에 초점을 맞춰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2000억 이상 운용 펀드, 내부통제 의무화

 

1조6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낸 라임자산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뒤늦게 대응책을 내놨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사전 관리·감독기능이 부재했다는 비판에 규제 수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판매사와 수탁기관에 관리·감시 책임을 부여하는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먼저 내부통제와 외부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했다. 운용사 특성에 따라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운용규모가 2000억원 이상인 경우 내부통제·위험관리 이행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자산총액이 500억원을 초과하거나 300억~500억원이면서 6개월 내 집합투자증권을 추가 발행한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외부감사를 받게 된다.

신탁업자나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같은 수탁기관도 관리·감시 책임을 진다. 라임자산 사태에서 신한금융투자 PBS가 라임자산의 무역금융펀드의 수익률 조작 등을 묵인하고 이에 가담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펀드 간 거래에도 제약이 생긴다. 펀드 자전거래 규모는 직전 3개월 평균 수탁고의 20% 이내로 제한된다. 다만 투자자 전원 동의가 있으면 제외된다. 비상장 주식, 출자금,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사채, 일반사모사채, 대출채권 등 시가가 없는 비시장성 자산이 펀드에 편입될 경우 공정가액 평가에 대한 기준도 마련될 예정이다.

 

판매사의 책임은 강화됐다. 펀드 판매 전 투자설명자료 적정성을 검증하고, 판매 시 투자 설명자료를 충실히 설명해야 한다. 판매 후에는 투자 설명자료의 투자전략과 자산운용방법에 맞게 운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문제 발견 시 자산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운용사가 불응할 경우 금융당국에 보고하게 된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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