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국회가 전국민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이제 1개월밖에 안 남은 20대 국회를 향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문 대통령 “20대 국회, 유종의 미 거둬” 후한 평가
문 대통령은 30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전날(29일) 국회 본회의에서 2차 추경안이 통과된 점을 거론하며 “조속히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드리도록 정부는 지급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서도 “유종의 미를 거둬 감사한 마음”이라며 “특히 야당이 추경안 통과에 협조해준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굳이 ‘유종의 미’라는 표현을 쓴 것은 20대 국회 임기가 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0대 국회는 오는 5월30일이면 끝나고 이번 4·15총선으로 새롭게 구성된 21대 국회가 곧 개원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오는 5월8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문 의장은 공고된 지 60일 이내에 헌법 개정안을 의결하도록 하는 헌법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본회의 소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임기가 얼마 안 남은 20대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부정적이어서 5월8일 본회의 개최는 불투명하고, 설령 본회의가 소집되더라도 개헌안은 처리하지 못한 채 폐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20대 국회는 코로나19로 고통을 받는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2차 추경안 통과를 마지막으로 그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소야대’로 시작해 정권교체 이후에도 ‘여소야대’
20대 국회는 박근혜정부 후반인 2016년 4월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따라 구성됐다. 애초 여당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란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수는커녕 제1당 자리도 얻지 못해 ‘여소야대’ 국면이 되었다.
이후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가뜩이나 국정 장악력이 취약했던 박근혜정부는 그만 무너지고 만다. 2016년 12월 야당이 우세한 국회는 압도적 표차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이듬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를 받아들여 박 전 대통령 탄핵·파면을 확정지었다.

2017년 5월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여소야대’ 국면인 것은 여전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후신)과 연대해 문 대통령이 지명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여소야대 정국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후반 들어 ‘범여권’이 야당 압도… 21대는 ‘여대야소’
하지만 이후 정당들의 이합집산이 잇따르면서 애초 여소야대로 출발했던 20대 국회는 2019년부터는 ‘범여권’이 원내 과반을 차지한 사실상의 ‘여대야소’ 구도로 개편됐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의 ‘4+1 협의체’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가 임박한 현재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120석 △미래통합당 92석 △미래한국당 20석 △민생당 20석 △더불어시민당 8석 △정의당 6석 등이다. 개정 선거법에 따라 비례대표 전용 전당이 등장할 길이 열리면서 그 사이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같은 신생정당이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의석수로만 따지면 여전히 ‘여소야대’ 국면이다.
다만 4·15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다음달 말 개원하는 21대 국회는 확실한 ‘여대야소’로 시작한다.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180석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5석 등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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