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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이책만은꼭] 하나로 연결된 세계,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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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27 22:39:16 수정 : 2020-04-27 22: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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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이후 인류는 ‘나비의 저주’ 경험 중 / 경쟁보다 협력하는 능력이 집단을 번창

아마도 출발은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변형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연히 감염된 한 사람에게서 마을로, 국가로, 세계로 퍼져 나갔을 것이다. 물리적 거리를 두고 도시를 봉쇄하며 국경을 폐쇄했지만 이 바이러스와 인류의 동거를 막을 수 없었다. 인류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처럼 뚜렷이 보여준 사례는 없었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임을 이처럼 선명히 드러낸 경우 역시 없었다.

극도로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 세계를 복잡계라 한다. 복잡계에서는 ‘나비효과’가 필연이다. 부분적 변화가 국지적 결과를 넘어 때때로 시스템 전체를 충격한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나비가 날갯짓하면 워싱턴에서 폭풍이 일어난다. 이 말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일 수 있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계화 이후 인류는 더 세게, 더 자주 나비의 저주를 경험 중이다. 2010년 한 금융사의 잘못된 주식 매매 프로그램 탓에 미국 주가가 60% 이상 급변했던 ‘플래시 크래시’가 한 사례다. 30분 만에 액센추어 주식은 40달러에서 1센트가, 애플 주식은 250달러에서 10만달러가 됐다. 복잡하게 연결된 주식 시장이 ‘양의 피드백’을 일으키면서 작은 사건을 예측하지 못한 큰 사건으로 증폭했기 때문이다.

존 밀러의 ‘전체를 보는 방법’은 인간-사회-자연이 갈수록 밀접하게 연결되어 가는 오늘날의 세계를 바라보는 길을 알려준다. 이 책에 따르면,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하는 종래의 환원주의 방법으로는 복잡계를 파악할 수 없다. “일벌, 시장 거래자, 신경세포가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더라도 벌집, 시장,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연결된 네트워크에서는 구성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많아서 창발현상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잡계에서는 개체의 움직임보다 집단이나 사회 전체를 그 자체로 주목할 때 진실에 가까워진다.

복잡계 과학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인류는 서서히 ‘전체를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복잡계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상호작용, 피드백, 이질성, 집단 지성, 네트워크, 협력 등이다. 상호작용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네트워크는 피드백을 일으키며, 피드백은 집단지성과 협력을 낳는 등 규칙들은 서로 연동해 작용한다. 동시에 각 법칙은 인간-사회-자연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적용된다. 협력을 예로 들어보자.

박테리아 하나는 숙주를 해칠 수 없지만 박테리아 집단이 화학적 신호를 이용해 뭉치면 숙주를 잡는다. 작은 물고기는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떼를 이룬다. 발리의 농부는 종교를 통해 물을 나눠 쓰는 법을 창출함으로써 병충해를 막고 수확량을 늘린다. 배신하고 경쟁해야 생존할 것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협력은 저절로 생겨나고 유지된다. “경쟁은 우리를 조금 잘살게 하지만 협력은 우리를 놀랍게 잘살게 하기” 때문이다. 경쟁보다 협력하는 능력이 집단을 더 번창하게 만든다.

한 사람의 행동이 인류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세계가 되었다. 이러한 세계는 우리한테 더 많은 책임과 윤리를 불어넣을 것을 요청한다. 동시에 복잡계는 이질성을 장려하고 협력을 촉발하며 집단지성을 창출한다. 비틀거리지만 더 나은 쪽으로 가는 중이라는 것,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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