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경기는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월29일 개막 예정이었던 K리그 2020시즌이 전격 연기된 뒤 각 구단과 선수들은 이런 마음가짐 하나만을 가진 채 기약 없는 준비의 시간을 보냈다. 감염 우려로 연습경기 하나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부분 선수가 제한된 공간에서도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다.

길고 길었던 준비의 시간이 마침내 끝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번 시즌 K리그 개막일을 5월8일로 확정한 것.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1(1부리그) 경기를 시작으로 미뤄뒀던 2020시즌 대장정을 출발한다. 이와 동시에 각 구단도 긴장감 속으로 돌입했다. 리그 일정이 확정된 만큼 개막일에 맞춰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2개월여 가까이 실전을 치르지 못해 빠른 속도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23일부터 시작된 팀 간 연습경기를 통해 부족한 실전감각도 채우고 있다.
늘 개막을 앞두고는 긴장감이 리그를 지배하지만 특히 올 시즌은 이런 긴장감이 더욱 극대화된 상태다. 이번 시즌은 속전속결로 치러지는 단축시즌이기 때문이다. K리그1의 경우 12개팀이 각각 홈과 어웨이로 한 번씩 맞붙으며 22경기를 소화한 뒤 상위 6개 팀과 하위 6개 팀을 분리해 파이널 라운드 5경기를 더 치러 총 27라운드로 우승팀을 가린다. 예년의 38라운드(33라운드+스플릿 5라운드)보다 3분의 1 가까운 팀당 11경기나 경기 수가 감소했다. 지난해 10개 팀이 네 차례씩 맞붙어 36라운드로 진행됐던 K리그2도 세 차례씩 맞붙는 27라운드로 축소됐다. 역시 팀당 9경기가 줄었다.

이에 따라 시즌 초 팀을 추스르고 재정비할 여유가 사라졌다. 지난해 전북 현대는 첫 한 달 동안 네 경기를 치러 2승1무1패로 다소 흔들렸지만 이 과정에서 팀을 재정비해 끝내 대역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포항은 4경기에서 1승3패로 극도로 부진했지만 후반기 대약진으로 정규리그를 4위로 끝냈다. 이런 반전이 올 시즌은 힘들다.
그런 만큼 모든 팀이 시즌 초반 사활을 걸고 승부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우승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 싸움과 하위권 강등 경쟁 등의 모든 구도가 5월8일 개막 이후 첫 한 달 동안 펼쳐질 경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승을 노리는 전북과 울산 현대 등 상위권 팀을 포함해 모든 구단이 사활을 걸고 리그 초반부터 전면전에 나설 전망이다.
이 초반 승부의 승패의 관건은 ‘적응’이다. 두 달 동안 잃었던 실전 감각을 먼저 찾는 구단이 중요 경기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 낯선 환경에 먼저 적응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올 시즌 리그 초반 경기들은 무관중으로 치러질 뿐 아니라 감염 예방을 위해 선수 간 대화 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기 힘들 정도로 낯선 환경을 극복하고 본연의 실력을 발휘한 팀이 초반 승부를 제압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시즌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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